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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와 불교 ㅣ 살림지식총서 256
오세영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평점 :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불교와 시의 연관성은.
그런데 언뜻 생각해 보아도 불교와 시는 상당히 연관이 있다.
부처가 그 많은 말들을 해놓고도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역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온갖 상징들.
그리고 이렇듯 언어를 절대시하지 않지만, 또한 언어로부터 진리를 설파할 수밖에 없는 모습.
비록 염화시중, 이심전심, 교외별전이라는 말로 언어로부터 독립한 진리의 설파를 더 강조하고 있지만.
시란 말을 분석해보면, 시는 말과 절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또한 절이라는 말은 땅과 마디로 나뉘어져 있고, 결국 시란 아주 작은 땅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생계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사람들의 언어가 중언부언 길어질 이유가 없으니, 시가 추구하는 모습과 너무도 비슷할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불교와 현대시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아주 작은 책이다. 이 작은 책을 다시 3부로 나누고 있는데, 1부는 불교와 시의 연관성을 불교와 시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점을 이론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어, 불교와 현대시의 관련성이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2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분석하고 있다. 거창하게 독립을 염원한 시다, 아니 그런 거창한 의미를 찾기 보다는 이 시는 그냥 이별을 다룬 시다 등등 많이도 해석이 되어 이 시를 우리나라 형이상시, 또는 사상시의 세계를 개척한 시라고들 말하는데, 여기서는 선시(불교시)의 관점에서 해석을 하고 있다. 절대 진리의 세계를 추구하는 선시라고 말이다. 또 하나의 타당한 해석이 이 시에 붙여지고 있으니, 좋은 시는 여러 각도에서 해석이 되고, 향유가 된다는 사실을 한용운의 시를 통해 알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시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참 좋겠단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조오현의 시조를 이야기하고 있다. 선시, 즉 불교시를 다루는데, 일반인들이 깨달음을 쓴 시를 다루기보다는 스님이 쓴 선시를 이야기하는 편이 이해하기에 훨씬 쉬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조오현의 시조는 일상의 감정에서부터 깨달음을 얻은 이후의 시조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이 책의 제목과 연관되는 시조는 후기의 시조이리라.
스님으로서 깨달음을 얻은 경지를 시조로 표현하고 있고, 이 조오현의 시조가 지니는 의의는 한시로 표현하지 않고, 이를 우리의 전통적인 시가 형식인 시조로 표현하고 있는데 있다고 한다. 그렇다. 천 년을 넘게 이어져 온 이 시조 양식 속에 깨달음을 담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조오현의 시조는 선시조로서의 면모도 있지만, 우리의 형식을 살려, 그 속에 깨달음을 담았다는 문학사적 특서오 지니고 있게 된다. 이 점을 이 작은 책에서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그렇다고 어렵다고 할 수만은 없다. 2부와 3부는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가까이 두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덧말
조오현 스님의 "절간이야기"란 시집이 있다. 앞부분은 산문시이고, 뒷부분이 이 책에서 이야기한 시조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부분 산문으로 길게 쓰인, 이야기가 있는 그 시들, 참 좋다. 가슴이 뭉클하다. 한 번쯤 읽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