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
김선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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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철학이 무얼까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망설이고 답을 하지 못한다. 철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니며 너무나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그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철학하면 특정한 사람들만이 하는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도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여기까지는 그래도 학생들이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고, 칸트, 헤겔이 나오면 머리가 아파오는데, 이들 말고도 데카르트, 스피노자,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하면 머리를 쥐어싸매게 된다.

 

이런 사람들도 이름을 한 번 들어봤을까 말까 한 학생들에게 한나 아렌트 이야기를 하면 누구? 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십상이다.

 

사실 아렌트는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무척 어려운 사람 아니던가.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해주어야 한다면 참 막막하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핵심 사상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다. 유대인 차별을 통한 정치적 인간이라는 이야기, 전체주의 이야기, 악의 평범성 등을 한 편의 동화 속에서 잘 구현해 내고 있다.

 

철학적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동화라는 장르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를 예전에 시도한 책이 위기철의 논리시리즈였는데, 이보다 더 정교하게 동화 속에서 아렌트의 사상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또다른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철학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일이다. 특히 더 힘든 일은 철학에 대해 무지한 사람에게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다.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용어부터 사상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왕따라는 동화 속의 현상을 통해서 인간은 정치적 행위를 해야 함을, 정치적 행위를 하지 못했을 때는 자신의 권리, 권력을 행사하지 못함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우리가 쉽게 다수결 원칙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전체주의 문제와 연결시켜 참여와 대화가 필요함을, 그래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통해 더 나은 합의를 이끌어가기를 알려주고, 다름으로 인해 남을 멸시하는 문제를 왕따 문제를 예루살렘의 아히히만의 예를 들어서, 악의 평범성을 들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동화 속에서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개되기에 동화를 읽으면서 아렌트의 핵심사상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결국 동화로 철학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이 철학을 완전히 소화해낸 상태에서 이를 남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아렌트 소개에 완전히 성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학교 폭력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학교 폭력, 이를 이 책에 나오는 왕따와 같은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이 책은 아렌트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어른들은 어른들의 문제를 이 책을 통해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니 초등학생이 읽어도 좋지만, 사실 초등학생에겐 약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고(책을 제법 읽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재미와 이해를 함께 할 수 있는 책이지만), 중학생 이상이면 충분히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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