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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신체지도
샌드라 블레이크슬리 & 매슈 블레이크슬리 지음, 정병선 옮김 / 이다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정말, 놀랐다. 뇌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하긴 몇 권으로 뇌에 대해 안다고 말을 하면 안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뇌가 참 신비한 일을 하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고 있다.
인간을 뇌로만 파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최신과학 성과를 무시하지도 않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영성이라는 문제를 피하지도 않고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뇌는 우리의 신체에만 관련되어 있지 않고, 신체와 정신의 종합이라는 사실... 그래서 뇌만으로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주장.
가령 우리는 뇌과학에 힘입어 많은 부분들의 뇌의 작용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소설이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란 책에 실린 '완전한 은둔자'란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자신은 바로 뇌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영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뇌만 남기고 해체하여 이 뇌를 영원히 보존하기로 한다. 그러면 자신은 영원히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말이다. 결말 부분이 참 허망하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들인 노력에 비하면.
과연 그럴까?
우리의 신체를 모두 절개해내고 뇌만 남긴다면 그 뇌는 바로 우리일까?
이 책을 읽으면 아니다가 정답이다. 베르베르는 이러한 뇌가 인간의 전부라는 사실을 전파하는 사람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지만, 소설로는 과학이 반박되지는 않으니, 이 책이 뇌는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뇌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반박하는데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뇌 속의 신체지도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뇌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요소, 즉 뇌는 인간이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만이 우리 인간을 구성하지 않고, 우리들의 신체활동이나 도구활동 역시 뇌를 구성해낸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예를 통해서 제시하고 있다. 즉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우리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는 얘기다.
뇌 속에 호문쿨루스라는 난쟁이 인간이 있어, 그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호문쿨루스는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호문쿨루스들이 존재하면, 이들은 우리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감정까지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하니... 인간은 신체와 감정이 어우러져야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사실을 뇌과학을 통해, 특히 뇌신경학을 통해 잘 알려주고 있다.
운동경기에 이야기되는 마인드컨트롤도 뇌신경과학을 이해하면, 뇌에 있는 우리의 신체지도를 알면 당연하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영적인 체험을 하는 상황도, 뇌의 신체지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외적 원인이 없는 극심한 통증도 역시 뇌의 신체지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느냐에 따라 통증도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지금까지의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뇌신경과학 책이라 상당히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쉽게 읽힌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들을 들고 있어 이해하기도 쉽다.
학교 교육에서 기초적인 과학지식도 교육되어야겠지만, 이러한 최신 뇌과학을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면 공부하거나, 해동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어른들이 먼저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말이다.
나는 단지 뇌로만 환원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 뇌과학책 몇 권을 읽으면서 뇌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바로 나라면 과연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뇌와 그밖의 다른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만나 관계라면서 만들어진 복잡하고, 자율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