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라는 시집이 있다.
사소한 물음이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느 대학 출신이고, 몇 학번이냐고 묻는데, 그것은 잘못된 사고라고 1연에서 말하고, 2연에서는 어느 조직에 속하는지를 묻지만 정작 물어야 할 일은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듯 시인은 이 시집에서 우리가 지나치고 있던 것, 놓치고 있던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안는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 '혁명'이란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자꾸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분명히 내가 잃어버린 게 한 가지 있는 듯한데/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제목이 혁명이니 시에서 말하는 사람은 혁명을 잃어버렸다고,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위에 이르기까지 참여를 해도 우리는 혁명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가로 생각할 수 있는 시다.
혁명을 잃어버렸을 때, 그 혁명을 찾기 위한 희망을 조직한 사람. 그가 바로 송경동이다.
이 희망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 많은 희망들을 찾기 시작했다.
희망 비행기, 희망 까페 등등
그가 한 일은 박봉우의 시에 비할 수가 있다.
어쩌자는 건가/괴로운 시대에/시인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중략)......................................
창(窓)이 없는 하늘에/남겨 둔 꽃씨를 뿌리는 건가
--- 박봉우, 창이 없는 집 부분
그렇다.
송경동은 우리 사회에, 이 닫힌 사회에 희망이라는 꽃씨를 뿌렸다.
그리고 그는 희망을 조직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있다.
시인을 가두었다는 사실보다는, 희망을 얘기한 사람을 가두었다는,
희망을 가두는 이 사회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이 아니던가?
그에게서 김남주를 느끼는 건 나만일까?
그의 시집을 읽자.
그리고 우리 희망을 찾자. 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자.
그의 시 한 번 읽자. 생태학습이란 시다.
십수년, 주말농장 하나 없이/아이에게 모진 생태교육만 시켰다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전경들이 파도처럼 쫓아오면/바다게들마냥 아무 구멍으로나/얼른 들어가야 한다는 학습
비정규노동자들이 올라간 고공농성장에서/가난한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새들처럼/하늘로 올라가 둥지도 틀 줄 알아야 한다는,/원숭이처럼 어디에라도 매달릴 줄 알아야 한다는 학습
대추리에서 용산에서/못난이들의 집은 언제나/개미집처럼 쉽게 헐릴 수 있다는 학습/쫓겨나지 않고 버티면 죽을 수도 있다는 학습
그래도 잡은 손만은 꼭 놓지 말고/가야 한다는 학습 그렇게 밟히고도/엉겅퀴처럼 다시 일어나 싸우는/질긴 목숨들도 있다는
생태학습 전문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창작과비평사2010 초판 3쇄 64-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