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검사 그만뒀습니다 -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오원근의 버릴수록 행복한 삶
오원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 

나와는 다른 삶을 엿보는 즐거움.  

그런 삶들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는 성찰. 

한 평생 얼마나 많은 삶을 살지 몰라도, 우리는 책을 통해선 무궁무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더구나 이 사람처럼 검사에서부터 농부의 삶까지 경험하려한 사람의 삶을 읽는 데에는 더한 즐거움이 있다. 

책의 내용이 밝다. 읽으면서 따뜻해진다. 그래서 즐겁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들도 등장한다. 어찌보면 너무도 어려운 상황도 등장한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부분은 자신이 검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와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 또는 느꼈던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검사의 맨얼굴을 보게 된다. 검사는 저 멀리 우리와는 별개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나치게 검사에 대해서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 그들도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검사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는 버리지 못했다. 

이 사람을 착한 검사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검사 집단 전체에는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단 생각을 하니, 그래도 검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두 번째 부분은 자신의 이야기다. 그가 자라온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과거의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 이야기는 신물이 날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은 개천에서 용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개천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면 된다. 그는 자신을 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의 삶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세 번째 부분은 농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변산공동체학교에서 3주간을 지내기도 했고, 귀농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귀농학교에도 다녔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농사를 짓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잠시 보류하고 있는 중인데... 

농사를 통해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세상을 좀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한미 FTA로 인해 농업이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농사의 중요성을 검사 출신인 사람이 이야기하니 더 반갑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 

결국 진실한 삶을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농사는 벗어날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 친환경 농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네 번째 부분은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불교신자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이 노력한 부분들이 나타나 있다. 한 번에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밝고 선한 기운을 보여주는 얼굴. 이는 자신의 마음이 그렇다는 증거이다. 

얼굴, 그 얼굴이 수행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사실... 수행은 멀리, 어느 인적이 끊긴 곳에서만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사는 공간, 자신이 하는 일 속에서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명심하게 되었다. 

그가 검사 출신이든 아니든, 이 책에서는 올바른 삶을 살려고 노력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오롯히 나온다. 그래서 읽어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게 된다. 

현재, 이 어수선한 나라.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부터 고쳐나가는 모습을 지녀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이 찡그려지지 않고, 환한 밝음을 보여주는 얼굴들이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덜어내고, 받아들여야겠다. 

이 책을 통해 내 삶이 더 풍요로와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