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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자서전 - 하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평점 :
러셀에 관한 길고 긴 여정을 끝냈다.
러셀이 90이 넘어서도 사회 활동을 왕성히 했듯이 이 자서전도 길고 긴 글이었다.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하진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지금 우리 시대와 긴밀히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친숙한 이름들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자신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노망이 든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도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한 이유는 바로 이 자서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해지고 있다.
"우리의 세상에서 희망을 지키려면 지혜와 정력이 필요하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부족한 것이 바로 정력이다." (560쪽)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위하여 정력적으로 자신이 할 바를 찾아 해나간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쥬(그의 공식 직함은 러셀 경, 즉 러셀 백작이다)를 실천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킨 참 지식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한 말을 다시 인용하면.
"나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전을 좇아 살아왔다. 개인적으로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온화한 것을 좋아했고, 더욱더 세속화된 시대에 지햬를 줄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두고자 했다. 사회적으로는, 개인들이 거리낌없이 성장하는 사회, 증오와 탐욕과 질시가 자랄 통양이 없어 죽어버린 사회의 탄생을 그렸다. 이런 것들이 내가 믿는 것이며, 비록 끔찍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세상이 나를 흔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563쪽)
이런 사람이었으므로, 그는 평화를 위해서 러셀 평화재단을 건립하고, 핵전쟁을 반대하며, 베트남 전쟁 등 비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에 나서게 된다.
그의 태도로 미루어보건대, 그는 지금 시대에 살았더라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고,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 그들은 자신이 세상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가 지식인이게끔 만든 사회에 대한 빚을 갚는 일은, 사회를 조금더 희망적인 사회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자세를 지니고 행동하는 일이다.
행동하는 지식인, 그런 사람에게는 모 광고에 나오는 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로지 자신이 할 일이 있다면 해야지 하고 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지러운 시대, 러셀과 같은 행동하는 지식인, 세계에 희망을 주고자 애쓰는 지식인이 그립다.
삶의 자세를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 이 세상이 희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 세상을 조금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 러셀의 자서전을 읽어보자.
앞선 세대에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면 우리의 행동에 좋은 참고가 될테니 말이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