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자서전 - 상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버트란드 러셀.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철학자. 

그는 내게 수학자이자 철학자일 뿐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는. 

촘스키를 만나기 전까지는. 

촘스키가 왜 러셀을 존경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러셀은 말년까지도 진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모두 바쳤다는 이야기에 러셀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 

자신의 분야에서 세운 탁월한 업적도 업적이지만, 그가 세상을 향해 한 발언들이 세상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러셀을 읽어야 하는 이유. 

1872년에 태어났으면 우리나라가 개화니 마니 한참 갈등을 하고 있던 시대. 그는 이미 개화된 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가 근대화의 열병을 앓을 때 그는 근대화를 넘어선 사유를 하고 있었으니... 

부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환경의 차이일 뿐이고... 

우리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히 근대적인 사고가 싹트고 있었으니... 

서양 중심의 근대냐 아니냐는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다만 그가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출판하여 많은 영향을 주었다면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나라는 식민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싸움들이 일어나고... 

러셀은 이 과정에서 평화주의자가 되어, 1차 세계대전을 반대하고, 그로 인해 감옥 생활까지 한다. 물론 저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특별감방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고 하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감옥행을 각오하고 자신의 신념을 계속 글로 발표하고, 연설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참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상)권이 1924년의 편지로 끝난다. 러셀이 52세가 되었을 때라고 해야 하나. 그 때 그는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러시아도 가보고, 중국에도 가본다. 그가 중국에서 돌아와 두 번째 결혼을 한 장면까지가 바로 상권이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아직은 러셀의 진면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진실하게 사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상)권에서도  러셀의 삶의 자세는 잘 드러나 있다. 이 점이 우리가 러셀의 자서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서전의 편제가 자신을 합리화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실수했던 점, 고민했던 점, 자신의 생각을 바꾼 점 등이 잘 나타나 있기에 위대한 철학자이자 지식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는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적 양친을 모두 여의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기에 그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강했으리라 짐작이 되고, 지식에 대한 탐구욕으로 인해 수학과 철학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며,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바로 그를 사회 참여 지식인이 되게 하였으리라. 

이제 그는 더 많은 분야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다. 참고 발표하지 않는 것이 발표하는 것만 못 하다는 생각. 이는 자신의 책임을 저버린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바로 지식인의 자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는데, 자신의 생각을 진실, 진리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지식인이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러셀과 같은 지식인을 갖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지식인의 전통이 있다. 아주 많다. 지금도.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이제 (하)권으로 가야 한다. 우리와 가까운 시대, 과연 러셀은 그 시대에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어떠한 실천을 했던가? 이 점이 촘스키가 러셀을 존경하는 이유가 되겠지. 

 

덧말 

자서전이라 러셀이 난 이렇게 살았다라고만 써도 될텐데... 러셀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한 내용보다는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더 많다. 그래서 가끔은 읽기가 끊기기도 한다. 전기문은 시간 순서로 주욱 읽어가는 맛이 있지 않은가? 주요 사건을 다룬 일들을 러셀이 정리하고, 그 말미에 그 시간 대에 해당하는 편지들이 주욱 붙어 있다. 

그러나 처음엔 읽기가 힘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러셀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되니, 이런 편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러셀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더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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