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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시전집 2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권에 이어 2권을 읽었다.
긴 시간 동안 틈 나는 대로.
시란 한 번에 장편소설을 읽듯이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냥 시간 나는 대로, 또 생각 나는 대로, 손에 잡히는 곳에 두고, 언제든지 마음이 가면 펼치며 읽으면 되지 않는가.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기 싫으면 그냥 내버려두고.
가끔 마음을 울리는 시가 있으면 그 시가 마음을 울리게 받아들이고, 머리를 자극하는 시가 있으면 기를 쓰고 생각을 해보고...
이번 전집에는 [사랑의 감옥], [길,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동시집 [나무 속의 자동차]가 수록되어 있다.
이쉬운 점은 이 전집이 2002년에 발간되어 그 이후에 나온 시들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완전한 전집이라고 해야 하나? 오규원 시인이 2007년 나무 곁으로 돌아갔으니, 5년 간의 공백기가 있는 셈이다.
내가 읽은 시전집2는 2009년에 초판 3쇄로 인쇄되었는데, 시인이 돌아가시고도 2년이 지난 다음인데, 개정판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제는 오규원의 시가 더 발표될 리도 없는데, 전집을 개정판으로, 그의 모든 작품을 수록해서 발간했으면 좋겠다.
그의 시들 중 이번에 마음에 드는 시는 허공과 길을 다루고 있는 시들이다. 허공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움, 그리고 길이 시작이자 끝이고 소통이자 불통임을 알려주는 시들이 마음에 와닿은다. 또한 모든 것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함께 존재함을 이야기하는 시들이 많다고 해야 하나.
시인의 사물을 보는 눈이 참 부럽다.
하늘과 돌멩이란 시다.
담쟁이덩굴이 가벼운 공기에 업혀 허공에서 / 허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가 푸른 하늘에 눌려 납작하게 날고 있다
들찔레가 길 밖에서 하얀 꽃을 버리며 / 빈자리를 만들고
사방이 몸을 비워놓은 마른 길에 / 하늘이 내려와 누런 돌멩이 위에 얹힌다
길 한켠 모래가 바위를 들어올려 / 자기 몸 위에 놓아두고 있다
오규원 시전집2(202쪽) 하늘과 돌멩이 전문
이들 시도 좋지만,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동시집은 참 좋다.
따스하다.
사물을 보는 눈이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하나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된 경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
산에서 시를 쓰면/시에서 나는 산냄새
소나무, 떡갈나무, 오리나무의 냄새/산비둘기, 꿩, 너구리, 오소리의 냄새
산에서 시를 쓰면/시에 적힌 말과 말 사이에/어느새 끼여 있는 그런 산냄새
오규원 시전집2 산 전문(300쪽)
천천히 시를 음미하자.
온갖 들어선 안될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이 들어있는 시들을 읽자. 그리고 그런 말들이 세상에 퍼지도록 하자.
세상에 퍼지기 전, 먼저 우리 마음에 퍼지도록 하자.
우리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런 시적 언어들이 퍼진다면 세상엔 아름다운 말, 꼭 있어야 할 말들로 가득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