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내가 뽑은 나의 시 -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신경림.도종환 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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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누가 누가 시를 더 잘 쓰나 

싸우는 나라 

 욕심쟁이 거인 이야기가 

국민교육헌장인 나라 

사법시험이 시 창작인 나라 

그런 나라에 가고 싶다                         (김율도, 율도국에 가고 싶다 2,3연. 이 책 76쪽)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에서 내가 뽑은 나의 시를 선보였다.  
  
다른 시선집들이 선정위원이 있고, 이 선정위원들이 한 해 동안 나온 시들 중에 괜찮다고 여기는 시를 뽑아 선집을 만들었다면, 이 시집은 직접 시인들에게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쓴 시 중에서 남에게 알리고 싶은 시, 자신이 아끼는 시 등 한 편을 선정해 보내달라고 하여 그 시들로 책을 엮었다.  

한 시인이 자신의 시들을 엮어 낸 시집을 대학 동창회에 비긴다면, 이렇게 여러 시인들이 보내준 시들을 엮어 만든 시집은 초등학교 동창회에 비길 수 있다. 

대학 동창회는 사는 모습도 엇비슷하고, 생각도 엇비슷해, 그 집단의 경향을 읽어낼 수 있다면, 초등학교 동창회는 서로들 다들 한 시기를 함께 했다는 공통점 외엔 사는 모습도, 생각하는 경향도 매우 다르다. 

이들은 함께 했던 시기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만나 자신들의 삶에 대해, 생각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유롭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또 누구의 비난도 받지 않고. 

이 시집이 그렇다. 

다양한 시인이 한 해 동안 그 시기를 함께 했다는 공통점 외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를 썼고, 자신만의 시를 보내 시집으로 엮었다. 

그렇다고 이 시집의 시들이 다 다르지는 않다. 초등학교 동창회의 다양함 속에서도 나름 비슷한 삶을 사는 동창들이 있듯이 이 시집에도 경향이 비슷한 시들이 있고, 정말로 다른 삶을 사는 동창이 있듯이 아주 다른 경향의 시들도 있다. 

말 그대로 시의 백화점이요, 다양한 시가 준비되어 있는 뷔페다. 

우리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면 된다. 그리고 그 시를 맛있게 먹으면 된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친구들의 말을 재미있게 듣듯이, 그들의 삶에 공감하듯이, 나와 다른 삶을 산다고 배척하지 않듯이, 다양한 시들에서 재미를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받고, 정신의 포만감을 느끼면 된다. 

그것이 어느 시든 상관없다. 뷔페에서 모두가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듯이, 맛에 대한 품평이 다르듯이, 초등학교 동창들의 삶에 우열을 가르지 않듯이, 그냥 내 맘에 드는 시를 고르면 된다. 

이런 마음이 계속되면 시는 즐거운 내 일상이 된다. 

다양한 경향의 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우리 사회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네 하는 시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시는 결코 어렵지 않다. 이런 말을 누차 하지만... 사실, 아직도 시는 우리에게 어렵게 다가온다. 그럴 때 이런 시집을 보자.  

잘 보이는 곳에 시집을 두고 눈이 갈 때마다 집어들자. 집어들고, 아무 곳이나 펴자. 아무 시나 읽자. 

시집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을테니까. 빨리 읽을 필요도 없을테니까. 

시간이 날 때, 눈이 갈 때 내가 펴본 시들이 어느 순간 내 맘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성공이다. 

시는 바로 그 때 내 것이 된다. 그리고 계속 내 눈을 끌고, 내 손을 자기 쪽으로 이끌게 된다. 

나를 앞세우는 시대에 이 시집에 나와 있는 이 시... 이성준의 사진을 찍으며 중 한 부분(256쪽) 

(전략) 

나보다는 

카메라 앞의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했고 

대상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 

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피사체와 촬영자와의 함수관계 

나와 나의 의지를 지우고 

배경과 빛과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상대 중심으로 나를 움직이다 보면 

(중략) 

나도 어느새 상대와 하나가 되었음을 

끄덕임 속에서 알게 되었다 

시는 이렇듯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때로는 지성을 자극하고, 때로는 감성을 자극하고, 시는 천의 얼굴도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이런 시집들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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