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셀레브리티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17
조약골 지음 / 텍스트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책의 표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아나키스트 조약골

그래서 제목이 운동권 셀레브리티인가 보다. 운동권의 유명인사쯤 되나?  

아니, 그는 결코 유명인사가 아니다. 그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명 연예인 이름은 알아도, 그들의 신상은 알아도 조약골이라는 이름을 보통 사람들이 들어보았겠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약골은 운동권 내에서 유명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런저런 현장을 다녔던 사람에게 조약골은 '아, 그 사람'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누구? 이름이 왜 이래?'할 사람이다. 

이런 조약골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쓴 책이 이 책이다.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17번째 책으로 나왔다. 고은의 만인보, 민중의 소리에서 펴내는 만민보와는 달리, 이 만인보 시리즈는 해당하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젊은이들 중에 이 사회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젊은 만인보를 기획했으리라 추측을 하고, 이 책들을 읽으면 이렇게 다양하게 이 사회에 반응하면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리라.  

이 책을 읽으면 조약골이 꽤 유명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리라. 그리고 자신의 시야가 더 넓어지리라.

조약골은 아나키스트라 칭해진단다. 아나키스트는 굳이 자신을 아나키스트로 한정하지 않는다. 조약골도 마찬가지다. 그 자신이 아나키스트라고 내세우지 않고, 어떤 때는 생태주의자이기도 하고...어떤 때는 뭐이기도 하고, 그 때 그 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삶은 어린 시절, 배봉산, 중랑천에서부터 생태적인 싹이 틔워졌고, 학창시절에는 건대사태(우리는 이렇게 부른다)를 목격하면서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깨달았으며, 학교 교육을 통해서도 억압된 현실만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강경대, 김귀정 열사의 일들을 겪으며 국가의 폭력성을 몸으로 체득하고, 이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런 국가의 폭력을 거부하는 몸짓이 바로 아나키즘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나키즘을 공부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행동을 만들어 나간다.  군대 거부 운동, 반전이 아닌 비전(非戰) 운동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에 그가 참여하게 된다. 대추리, 용산참사, 성미산 개발 반대, 두리반 등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늘 함께 한다. 그런 행동들이 그를 '운동권 셀레브리티'로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위해, 내 삶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새로이 거듭나는 실험들을 통해 차근차근 나의 일상을 재미있게 구성해 보자. 그게 내 깨달음이자 혁명이었다." (11쪽) 

그렇다. 

그는 운동권이라고 희생을 한다는지, 무슨 종교적인 엄숙성을 띤다든지 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한단다. 재미있게 살려고 하고, 활동하는 일이 고통스러운 부분들도 있지만, 그것을 해방으로 여긴다고, 아니 그것이 자신에게는 해방이라고(227쪽) 한다. 

그가 이렇듯 힘든 현장에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삶을 자신의 삶이라고, 그런 삶 밖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는 희생도, 대가를 바라는 어떤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의 삶이니까, 이 삶 외에는 다른 삶을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리라.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조약돌이 활동하는 시간과 겹치고,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건들의 연속이니, 불행하게도 아직도 그가 더 활동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여기서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분명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으니, 우리가 아무리 눈 감으려 해도 우리 눈 앞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단지 눈 감고 회피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청춘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서 어떻게 눈감고 모른체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만큼 이 책은 직접 내세우지는 않지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충실한 행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다. 단, 자신을 희생한다는, 남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그런 마음을 지니고 행동을 하면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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