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의 문인기행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구 지음 / 에르디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문구 하면 "우리동네", "관촌수필"이 떠오른다.  

또한 그의 유려한 문장이 떠오르고, 도대체 사전 없이는 읽기 힘들었던 낱말들이 떠오른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말들을 이리도 잘 썼던 작가가 있을까 싶을 만큼 그는 우리말을 참 다채롭게도 썼다. 그것도 순우리말들을. 그렇다고 그가 한자에 약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의 글에 나타나는 한자말들이 들어간 문장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나, 여기 있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만났던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썼다. 예전에 쓴 글들을 그의 사후 다시 모아 발간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문구는 문학단체에 꽤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기에 그는 문학인들 중에서도 마당발에 속한다. 그런 그가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썼으니..  

비록 그는 잡문이라고 말하지만 그 글들은 지금 우리들에게는 소중한 한 편 한 편의 글이 되고 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사람'하는 작가들도 있고, 이런 작가도 있었나 하는 작가도 있지만, 당대에 이문구가 자신의 기준으로 좋은 작가, 훌륭한 작가라고 이야기를 할만한 작가들임에는 틀림없는 사람들이다. 

이 책에는 21명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마지막에 실린 서정주에 대한 글을 빼놓고는 (서정주에 대한 글은 미당 사후, 추도문 형식으로 쓴 글이다. 앞 부분에 실린 다른 문인들에 대한 글과 비교하면 분량부터가 상당한 차이가 난다) 대부분 문인들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또 그와 얽힌 이야기를 싣고 있다.  

60-70년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작가의 길을 놓지 않고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가 읽는 시나 소설이 그냥 글자로 놓인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그들 삶의 전부가 녹아 있는 그 사람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동리, 신경림, 고은, 한승원, 염재만, 박용래, 송기숙, 조태일, 임강빈, 강순식, 황석영, 박상륭, 김주영, 조선작, 박용수, 이정환, 이호철, 윤흥길, 박태순, 성기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정주. 

이 작가들이 이문구가 만난 많은 작가들 중에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이다. 한 번쯤 들어봄직한 작가가 많지 않은가. 적어도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는 이들 중 많은 작가들의 이름에 낯익어 할 것이다. 

이런 낯익은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 우리들은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던가. 작가들의 속살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을 수가 있다. 이문구 특유의 문체까지 가세하니,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문학동네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독자가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 문학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이 없다. 예전 사람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로 읽으면 되니까. 하지만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읽으면 좋다. 재미도 있고, 나름 얻을 것도 있고, 생각할거리도 많으니 말이다. 

특히 문학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배우고 익히게 될테니 말이다. 

 

덧말 1

149쪽 조태일 편에서 구자운, 김관식, 방봉우, 천상병, 신경림 등이 나오는데, 방봉우는 박봉우가 아닌지 싶다. 박봉우는 알아도 방봉우는 모르는데.... 

 

덧말 2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나온 책과 겹치는 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이미 이문구 전집에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호철도 문단 이야기를 책으로 썼으니...더불어 이호철의 "문단골 사람들"도 읽으면 좋다.  

이와 함께 1930년대 문인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고 싶으면 조용만의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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