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 -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버거 지음, 안진이 옮김 / 효형출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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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하면 전문가만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건축하면 낯설다는 느낌부터 든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우리를 건축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그러나 건축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까? 

나는 건축과 상관없다고 건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늘 건축과 관련되어 삶을 살고 있지 않나. 

건축물 속에서, 또 다른 구조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지내지 않았던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자신이 스스로 지은 적이 있던가. 이웃의 집들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을 뿐 아닌가. 

이런 삶의 모습은 불통의 모습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 그 사회의 모습이 건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굳게 잠긴 문들,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 담장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거리를 차지해 버린 자동차들, 그 자동차 안에 갇힌 생활을 하는 사람들. 완전한 불통의 모습. 

이런 사회에서 행복이란 참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다. 닫힌 사회, 닫힌 건축들은 우리를 숨막히게 한다. 여기에 소통의 물꼬를 트려는 건축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헤르츠버거다. 

그는 소통을, 열림과 닫힘의 조화를 강조한다.  

사람의 삶이 조금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건축가는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되, 그 곳에서 살 사람들이 자신만의 변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라고 한다. 

결국 그는 집단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이 바로 소통의 건축이며, 이 소통의 건축을 통해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건축물들을 예로 들면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건축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을 생각하는 재미도 좋고. 

지은이의 말마따나 우리나라 한옥의 구조는 열림과 닫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집단과 개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던가. 여기에 자연과도 잘 어울리는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런 훌륭한 건축물들 지금 우리는 잊고 있지 않았던가.  

잊혀졌던 우리네 건축물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해주는 이 책은, 앞으로 건축을 전공할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몇몇 구절 

건축이 권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지만, '두목 행세'를 촉진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만큼은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95쪽 

건축가는 모든 가치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모든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건축을 해야 한다. 107쪽 

건축가는 언제나 사람과 집단이 서로 관계를 맺고 책임을 다하는 문제, 즉 집단과 개인이 서로를 대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112쪽 

주거 공간의 질은 가로 공간에 달려 있고, 가로 공간의 질은 주거 공간에 의해 결정된다. 163쪽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능력은 건축가가 반드시 지녀야 할 능력이자 습득해야 할 여러 기술 가운데 하나 264쪽

무엇보다 우리네 회사 건물들 생각해 보라. 노동자와 자본가가 어떻게 분리되어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소수를 위한 건축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건축,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를 위한 건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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