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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ㅣ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 1
전성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전성은 교장. 거창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이름이 있는 분이다. 우리나라에서 거창고등학교 하면 대학을 잘 보낸다는 의미보다는 소신있는 교육으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양성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특히 거창고등학교의 직업 10계명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학교를 이 자리까지 올려놓은 전영창 선생의 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영창 선생은 전성은 선생의 부친이고, 실질적인 거창고등학교의 설립자라고 보면 된다. 이 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도 소개가 되어 있듯이 책으로도 나와 있는데, 나는 성산 장기려 선생의 평전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6.25전쟁 중에 위대한 바보 의사 장기려와 전영창의 만남. 이런 만남이 진정한 만남이리라.
이 책은 한 때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전성은 선생이 자신의 교직생활과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니 전영창, 원경선, 그리고 홍종만 선생 등 자신이 만나왔던 분들의 이야기를 대신 정리해서 알려주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교육의 목표는 평화이어야 한다는 말 하나로 귀결이 된다.
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학교의 교육목표를 정해야 하며, 교사들은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며,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어떤 태도로 학교를 대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마치 사랑방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나긋나긋하게, 차분하게 경험을 섞어 전개되고 있어서 읽기도 편하고, 마음에도 확 와닿는다.
무엇보다도 법을 바꾸기보다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 법은 금방 되돌리기 쉽지만, 제도는 한 번 확립이 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은 법을 바꾸기보다는 제도를 바꾸어야만 한다는 그의 주장은 교육개혁에 대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말 중에 경쟁은 불안->두려움->공격->불안이 악순환되는 사회를 만들고, 공존은 안정->협력->기쁨->안정이 선순환하는 사회를 낳는다(144쪽)는 말이다. 우리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려는 학생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처나 예수처럼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학생을 만들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나 예수, 공자처럼 교육을 한다고 하여 이들의 사상을 주입하면 안된다고 한다. 이렇게 주입을 하면 그것은 바로 독이 되고 만다고 전성은 선생은 주장하고 있다. 교사는 정말로 자신의 생각을 학생에게 주입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라고 그가 주장하듯, 이런 만남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고, 이 사랑은 바로 세상을 평화로 가득찬 곳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 왜 제목이 학교는 불행한가였나 생각을 했는데, 그냥 역시 학교는 불행하구나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학교의 탄생은 왕이나 권력기관을 위한 기관이었다는 시작점에서부터 불행이 내재되어 있었고, 이런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예수나 석가처럼 기존 제도와는 타협하지 않고,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를 고민하고,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제목을 이리 붙였구나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바꾸어야 한다. 불행한 학교를 행복한 학교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제도를 바꿀 것인가 고민도 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전성은 선생은 학교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학교의 자율성, 학생의 자율성, 교사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교육청은 행정적 지원을, 그리고 평기기관을 두어 평가를 하되, 질책이 아닌, 성적을 매기는 평가가 아닌 더 좋은 방법을 찾도록 지원을 하는 평가를 하는 세 기관이 평등한 그러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교육을 한다면 학교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고, 행복한 학교에서는 행복한 교사, 행복한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결국 사회도 행복해지고, 이 행복은 세상에 대한 평화로 가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교육의 이념인 홍익인간은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렵지도 않고 잘 읽히고 또 생각할 거리도 많은 이 책은, 우선 교육관료들부터 읽어야겠다. 이 사람들이 읽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교과부 관료, 교육청 관료, 그리고 학교의 교장, 교감까지는 의무적으로 읽어야만 학교교육에 대해서 조금 더 발전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다.
그 다음에 교사들이 읽으면 좋겠지... 교사들은 늘 교육에 대한 책은 읽어야 하니까. 그리고 학부모들,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부모들은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의 발전에 조금씩 이바지할테니 말이다.
덧말
그런데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11쪽에 북쪽은 조선인민민주공화국이라고 했다고 되어 있는데, 북한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니던가.
136쪽에 1990년 민주교사협의회가 교원노조를 결성했다고 되어 있는데, 교원노조는 1989년에 결성되었는데... 전성은 선생이 년도를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거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만을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