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일상, 시 교육 내일을 여는 지식 어문 22
강주현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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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들을 읽어야 한다. 내 삶에서 먼 시들이 아닌, 내 삶에서 가까운 시들을. 

그 시들을 읽었을 때 나는 더 쉽게 감동을 받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시들을 구해서 읽으려는 노력도 하고,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나에게서 먼 시들도 읽으려 한다. 

이 단계까지 나아가야 시교육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시들을 멀게 하지 않았던가. 

먼 조선시대, 고려시대, 신라시대 시들부터 일제시대 시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국어교육에서 우리는 시 하면 어려운 것, 내 삶과는 동떨어진 그 무엇으로 인식하게끔 배워오지 않았던가. 

시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던 엄청난 배경지식들... 그 지식들에 대한 이해도 힘든데, 그것을 바탕으로 시를 이해해야 했으니, 시를 배우는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극소수의 학생들은 시 배우기를 즐거워했겠지만. 

내 삶과 멀어질수록 이해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니, 시를 내 삶과 관계있는 것부터 배운다면 시도 참 재미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단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80%이상 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도 엄청난 개발 등으로 거의 모든 마을이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도시의 삶을 다룬 시들이 교과서에 실려야 하고, 또 아이들에게 교육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도시의 삶을 다룬 시들을 읽고, 그 시에 나타난 삶, 생각들을 자신의 삶, 생각들과 비교한다면 시는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내 삶을 구성하는 일부분임을 학생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역시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예로 든,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김기택의 '벽'이나 '사무원' 같은 시는 학생들도 쉽게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시들을 많이 발견해내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교사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수업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시를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잘 드러낸 책이고, 저자의 석사논문을 책으로 엮어 냈다는 만큼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책이다. 다만 이런 책들은 독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아무래도 교육에 종사하는, 또는 시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낯설게 보는, 다양한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이런 시는 단지 재미없다고,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시를 배워야만 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에서 시라는 많이도 느린 작품을 읽고 배우는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창의성도 나오고,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다.  

이렇게 시로 가는 길에 우선 쉬운 포장을 해주는 작품들, 자신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들에 대한 교육으로부터 더 깊고 넓은 시교육으로 갈 수 있다. 이 책은 그걸 말해주고 있다.

===  덧말 ===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전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석사, 박사 학위논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그냥 교수들의 연구실에, 또 대학도서관 서가에만 있을까? 얼마나 읽힐까? 정말로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면 읽히지 않지 않을까? 이 책만 해도 시에 대한 교육을 다룬 논문임에도 도서관에만 있었다면 얼마나 알려졌을까? 

그런데 석사, 박사 논문을 이렇게 책으로만 내야 하나? 책으로 낸다는 것은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과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읽으라는 의미일텐데, 이미 전공분야를 공부하는 대학생, 대학원생이라면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며 될테고, 그렇담 독자는 겨우 이 분야의 교사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학위논문들을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으로 보내주지 않는가? 학위 논문 쓰는 사람이 이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이 힘들다면(당연히 힘들다.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교과부, 교육청에서 논문 보조 수당이라는 예산을 확보해서 각급 학교 도서관에 보내주면 학위를 쓰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현직 교사들은 최근에 나온 관련분야 논문들을 참조해서 교육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지 않나. 

이렇게 되면 학위논문을 쓴 사람도 좋고, 현직 교사들도 좋고, 이런 공부를 한 교사들에게 배우는 학생들도 좋고, 여러가지로 다 좋지 않은가. 엉뚱한데 쓰이는 돈들을 이런 데에 쓰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산타령,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몰아대는 지금 현실에서 꿈같은 소리이겠지만...... 무엇이 꼭 필요한 일이고, 무엇이 포퓰리즘인지 구분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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