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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 대한민국의 학교를 단번에 바꿀 교육 정책 제안
이기정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5월
평점 :
이 책은 교육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교육에 관한 책으로 분류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사회-정치 분야의 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제목이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이겠는가.
우리나라는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그리고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여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분야라고 말하고도 있다. 모두들 이렇게 말하고는 있는데, 정말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아직도 우리들은 모두 교육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지 못하는지, 이는 교육 분야를 사회의 다른 분야, 특히 정치 분야와 연계하는 작업이 없었다는 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이 하게 했다.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교육공약을 내거는데, 그 교육공약이 경제, 정치 분야의 공약에 가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 않았던가. 교육공약이라고 해야 다른 공약을 뒷받침하는 비중밖에는 차지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또 교육공약들은 그 소리가 그 소리라고, 우리들은 이미 체념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중요하다 중요하다 말은 하면서도 정작 대선 후보들에게, 또 총선 후보들에게 우리는 이에 합당한 공약을 제시하게 하고, 그 공약을 과연 실현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려고는 하지 않고 있지 않았던가.
교육공약이 전면에 나섰다고 할 수 있는 선거가 바로 직전 선거였던 지방자치와 교육감 선거 때 무상급식 문제 아니었던가.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교육적 의미가 적은 무상급식이 전면에 나섰던 지난 선거에서야 비로소 교육문제가 선거에서 가장 핵심으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고, 공약을 실현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이것이 과연 대학생들만이 나서야 할 문제일까. 오히려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 아니던가. 무상급식이 초중등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반값 등록금도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지 않은가. 그러나 반값 등록금 보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지 않은가.
학생들의 자살이 늘어가고, 학업에 대한 흥미가 없으며,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과연 미래에 어떤 부담으로 다가올까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반값 등록금과 더불어 다른 교육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검토를 하고, 필요하면 시위도 해야 한다.
그런데 시위를 하기 전에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대선을 생각하면 시위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이 이들이 교육 분야의 문제해결방법을 공약으로 내걸게 압박을 하는 방법이다.
가장 바람직한 교육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표를 주어 그가 당선되게 하고, 그가 공약을 실천하도록 지켜보는 태도, 민주주의 사회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아직 지켜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우리의 표를 죽은 표가 아닌 살아있는 표로 만드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공약이 바람직할까? 이 책의 저자는 우선 핵심 과제로 6가지를 들고 있다. 여섯 가지는 중,고등학교의 무학년 학점제-수준별 맞춤형 수업,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의 감축-그것도 점진적이 아닌 즉각적인 감축, 이 감축과 더불어 현재의 교실을 두 개로 나눠 교실을 확보할 것, 교육과 사무행정의 분리-교육 중심의 학교제도(학교 사무행정 업무 직원 신규 채용과 교원 성과급의 빅딜 제안), 교장자격증제 폐지-교장 공모제를 통한 교장 선출, 특목고, 자사고 폐지와 고교 평준화 확대, 교과서 자유 발행제도 및 교과서 자유선택제도이다.
이 항목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첫째와 둘째 제안인 무학년 학점제와 학급당 20명 이하로의 감축만 이루어져도 학교 수업은 상당한 내실을 기할 수 있고, 사무행정업무를 이관해도 역시 교육적 효과를 상당히 얻을 수 있으며, 교장 제도의 개선으로 학교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면 교사의 자율성과 수업의 내실, 그리고 평가의 다양성, 학생들의 창의성 회복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이 제안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실천 정책들을 통해 공표되어야 하지만, 이들이 이루어지는 것이 허황된 일이 아닌, 현실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책의 저자는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핵심 여섯 가지 외에 다섯 가지를 첨부하고 있는데, 학교도서관 활성화, 수학능력시험 겉멋 제거-문제 유형의 단순화, 청소직원에 의해 유지되는 깨끗한 학교, 교대-사대와 학교의 연계성 강화, 교장의 수업 참여-교장이 수업을 하면 학교가 변한다가 그것이다.
이들이 지니는 의미는 한 번 천천히 곱씹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2부에 있는 교육에 관한 논쟁거리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마다 머리 속에 있는 교육에 관한 생각들을 이렇게 글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으로든 드러내어, 정치권에서 이를 수합하여 공약으로 내걸게 하고, 표로 심판을 받게 하는 모습을 우리가 가지게 된다면 교육은 지금까지의 제 자리 걸음에서 나아가, 분명 좋은 쪽으로 진보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또 교육 분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우리끼리 얘기하고, 우리끼리 울분을 토하지 말고, 형식적 민주주의든, 실질적 민주주의든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여 우리들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하면 교육은 그만큼 좋아지겠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