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에게
김규동 지음 / 창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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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시인의 이 시집을 읽으면서 이선관 시인의 시가 생각이 났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 이선관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남북관계가 많이 어려워진 지금, 한 때 이산가족 찾기부터 남북 교류까지 활달한 남북간의 소통은 통일에 대한 기대를 크게 했었는데.. 그 동안 많은 사건이 생기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는 많이 멀어져 가고 있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선관 시인의 이 시처럼 따뜻한 솜이불처럼, 우리 모두를 따스하게 감싸주면서 다가왔으면 좋겠는데... 

"느릅나무에게"란 시집에는 시인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 시가 많다. 이 열망이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표현되기 보다는 시인이 살았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리고 헤어진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 그리움을 받아주는 느릅나무로 표현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집을 읽으면 우리는 통일이 되어야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따스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이 시집에는 통일에 대한 갈망을 노래한 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시들도 있다. 특히 강남역에서 밀려난 노인들 이야기, 맘이 아프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따뜻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시집을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진다.  

또한 이 시집에는 우리나라 현대시사의 중요한 시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시집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한국현대시사의 주요시인들을 알게 되는 부가적인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특히 김규동 시인과 가까이 지냈던 김수영, 박인환, 그리고 박봉우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 말고도 우리 현대시사를 수놓았던 쟁쟁한 시인들이 시 속에 등장하니, 시를 통한 시인이야기도 재미있게 읽힌다. 

김규동 시인의 이 시집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가 처음에 모더니즘시로 출발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게 사실적이다. 담담하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풀어놓은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있다. 하긴 이 시집의 발문을 보면 한 300편 중에서 83편을 추려 펴낸 시집이라고 하니, 독자들에게 잘 다가올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점점 통일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시인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그리고 더불어 아직도 따스한 손길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 많다는 현실에서 이 시집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그것은 이 시집이 제 역할을 다한 것이리라. 

시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노래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시집은 시인이 온몸으로  노래한 시들의 합창이다.  

열정만을 앞세운 합창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전체를 위하여 존재하는 그러한 합창이다. 아주 듣기에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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