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란 무엇인가 - 폭력에 대한 6가지 삐딱한 성찰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김희진.정일권 옮김 / 난장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지젝은 이름을 많이 들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왕성하게 그의 책들이 번역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는데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그가 전개하는 주장에 대한 낯섬도 있고, 칸트, 헤겔, 라캉 등등 많은 철학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철학자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언제까지 지젝이란 사람의 글을 멀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즘 폭력에 관해서 많은 글들이 있으니, 지젝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도 할겸, 예전에 읽었던 아렌트의 폭력론과는 어떻게 다른가 궁금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는 말은 곧 이 책을 읽을 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면 그의 주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재미있어진다.  

재미있어지면서  내가 처한 현실과 비교를 할 수 있게 되고, 그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오독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나 역시 지젝의 글을 지젝의 의도대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위안을 삼으며 읽었다고나 할까. 

이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며 가시적인 폭력보다는 구조적인 폭력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보이는 폭력이야 바로 깨달을 수 있고, 그래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상징적인 폭력이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적인 폭력은 깨닫기가 힘들어, 그것을 폭력으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음을 지젝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폭력을 거부한다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폭력을 행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 속에 남았다. 

이를테면 연말에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이야기, 이는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네가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구조적으로 언어적으로 강제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사회ㅡ 경제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여 개인이 무능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기제, 이것이 폭력임을 우리가 깨달을 때 다른 세상을 향한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젝은 이런 폭력의 문제를 상징적, 구조적인 폭력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웃에 대한 관점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담겨 있는지, 언어에는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관용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각 장들을 통하여 설득력있게 논증하고 있다. 

이런 논증을 거쳐 그는 신적 폭력으로 돌아오는데. 이는 폭력이 다 부정적이지는 않고, 상황에 따라 폭력에 대한 관점이 달라져야 함을 그가 말하고 있다고 본다. 그에게 신적 폭력이란 구조화된 사회적공간 바깥에 있는 자들이 맹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며서 즉각적인 정의/복수를 요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277) 결국 이러한 신적 폭력은 순수한 폭력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이는 법(합법적 힘) 바깥의 영역, 법제정적이지도 않고 법보존적이지도 않은 이 푝력의 영역의 사랑의 영역이라고 한다.(281) 

급진적 해방적 정치는 진정한 정치적 행위로 능동적인 것이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강제하는 것(292)이라고 해 그가 모든 폭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단지 눈에 보이는 공권력의 힘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폭력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른 사회를 꿈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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