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하면, 아직도 여성이 약자라는 생각이 든다. 

약자이기에 날을 정해 기념을 하고,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옛날 아무 생각없이 읽거나 들었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 

여기서 선녀에 대해서, 나무꾼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생각도 해보지 않고, 그냥 착한 일 하면 복 받는데,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 하던 남성적 시각을 지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옛날이야기에만 나타나는 문제일까?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많은 불이익을 받지 않았던가? 

그래서 문정희의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란 시도 있지 않은가.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그녀 /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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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 크로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문정희, 오라, 거짓 사랑아, 민음사 2003년 1판 3쇄 28-29쪽에서) 

 

그래, 아직도 여성이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길은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홀로 가서는 안된다. 여성이 평등으로 가야 하는 길에는 반드시 남성도 함께 동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많던 여학생들이 아니라, 그 많은 여학생들이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인식해야 하고, 나무꾼처럼 선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여성에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여성의 날에 다시 한 번 무엇이 진정한 남녀 평등인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남녀 평등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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