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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숨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
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김보영 옮김 / 접촉면 / 2024년 7월
평점 :
이야기가 마치 시와 같이 들려온다. 속삭이듯이. (번역을 잘했다고 해야 할 듯)
해양포유류 이야기지만,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다. 세상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저자도 말하듯이 지구는 둥글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으니.
돌고 도는 삶들. 관계들. 이 돌고 도는 원의 관계를 끊으면 생태계가 위험해진다. 그러한 위험을 초래한 존재가 누구인가? 바로 인간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또는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해양포유류를 대량학살했던 과거의 인간. 대놓고 학살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살아갈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또다른 대량학살을 유발하고 있는 지금의 인간. 해양포유류의 대표격인 고래를 생각해 보자. 인간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또 이미 멸종한 고래들을...
이러한 학살적 인간과 더불어 그들과 공생하려는 인간도 있다. 이렇게 해양포유류를 보면서 저자는 바로 인간의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그들과 맺는 관계가 인간이 인간과 맺는 관계와 다르지 않음을.
해양포유류를 인간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그들의 삶을 인간이 주도하려고 하고, 그들에게 쓸모 있음과 없음의 딱지를 붙이는 인간들은, 다른 인간들에게도 그렇게 해왔다는 것.
결국 우리가 다른 종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음을, 그래서 해양포유류의 삶을 살피면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알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객관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해양포유류에게 말을 거는 듯한 표현을 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그 연결고리를 끊으면 안 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관점을 지니고 있기에 저자는 용어 하나하나에도 신경쓰고 있다. 차별적인 언어를 쓰지 않으려 하는 것. 그래서 저자에게는 기존에 나와 있던 해양포유류에 관한 책들의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해양포유류에 관한 안내서 연구에서 발견한 주요 사항 중 하나는 인종차별, 성별이분법 등의 억압을 부추기는 언어가 해양포유류에 관한 '과학적' 설명에서도 사용된다는 사실입니다.'(132쪽)
이렇게 과학의 껍질을 쓰고 차별을 조장하는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보아왔지 않은가. 인간에 대해서도 그랬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관해서는 더더욱 심했으리라.
그러니 인간중심의 관점을 버리고 그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한다. 그런 눈을 지니기 위해서는 먼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귀로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저자가 처음을 '듣기'로 시작하는데 (저자는 이를 장이라고 하지 않고 주제별 운동이라고 한다) 각 부분의 제목이 그러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 주제는 '듣기 - 숨쉬기 - 기억하기 - 연습하기 - 협력하기 - 취약해지기 - 존재하기 - 맹렬해지기 - 갈등의 교훈 - 경계 존중하기 - 털 존중하기 - 자본주의 끝내기 - 거부하기 - 항복하기 - 깊이 들어가기 - 감정으로 있기 - 속도 늦추기 - 휴식 - 축복 보살피기 - 활동'이다.
'듣기'로 시작해 '활동'으로 끝난다. 그렇게 듣기의 중요성, 단지 듣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활동으로 나아가야 함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는데...
해양포유류의 다양한 삶들에서 인간의 삶을 이끌어낸 저자의 통찰력을, 저자의 말 그대로 창발적 전략(21쪽)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해양포유류의 삶에서 어찌 평화만 있겠는가? 그들의 삶에서도 갈등이 있고, 죽음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량학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한 갈등, 죽음 속에서 자신들의 종만이 아니라 다른 종들과도 맺는 관계들 속에서 인간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여러 모습이 있다.
어느 한 종이 다른 한 종을 멸절시켰을 때 자신들의 생존에도 문제가 생김을 생각해야 하는데, 하물려 인간들이 인간을 분류하고 배제하고 제거하려 한다면 과연 인간이라는 종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해양포유류가 익사하지 않기 위해서 숨을 쉬는 방법을 찾아냈듯이, 인간 역시 자신들의 숨을 위해 어떻게 다른 존재들과 관계맺으며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