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 - 평양문화어에서 험한 재미를 파헤치다
정소운 지음 / 황소자리(Taurus)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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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박치기, 얼음보숭이, 꼬부랑국수, 가락지빵'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겠는가? 한때 북한말을 알자는 프로그램이나 교육이 있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순우리말로 외국어를 많이 바꾸었다고, 대표적으로 거론된 말들이 바로 앞에 인용한 말들이다.


주둥이박치기는 '키스'를, 얼음보숭이는 '아이스크림'을, 꼬부랑국수는 '라면'을, 가락지빵은 '도넛'을 말한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했다. 북한에 가본 적도 없고, 북한 사전을 찾아본 적도 없으니.


아니, 우리나라에서 북한 사전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자칫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려 잡혀갈 수도 있는데... 예전에 '이적표현물 소지 금지법' 비슷한 것이 있었으니...


하지만 많은 책에서 순화한 북한말이라고 이 말들을 소개하곤 했다. 그래서 북한에서 이 말들이 쓰이는구나, 조금 어색한 말도 있지만, 괜찮은 말도 있네 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잘못 알려진 북한말'이라는 부분에서 이 단어들 실제로 북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403-412쪽). 그만큼 북한과 우리가 교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때 공통 사전을 편찬하자는 움직임까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도.


여기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북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로 '날래'가 나오는데, 이 말은 평안도 사투리라고 한다. 북한에서 우리 표준어라고 할 수 있는 '평양문화어'는 사투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신문에서는 이 말이 전혀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의 저자는 노동신문을 중심으로 북한에서 쓰이는 말들을 살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말도 있지만 처음 보는 말도 있다.


또 그 말을 어떤 의미로 쓰는지, 어떤 말들이 사라졌는지를 살피고 있다. 노동신문이면 북한의 공식 신문 아닌가. 그러니 이 신문에 쓰이는 말들은 북한의 공식언어라고 보면 된다.


저자가 방대한 양의 노동신문과 다른 매체들을 살펴서 북한에서 쓰고 있는 말들을 알려주고 있기에, 북한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떤 말들을 쓰고, 어떤 말들은 쓸 수 없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거기다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에 실리는 글 중에 정말로 찰진 욕들이 왜이리 많은지, 북한은 그러한 찰진 욕들을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퍼붓는다고,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그러한 욕설을 싣지 않는다고 한다.


참. 가끔 북한에서 나온 성명서를 보면 와, 저런 심한 욕을 하기도 하는구나, 어떻게 정부의 대표라는 사람이 공식적인 문서에서 저런 표현을 하지 했었는데, 자신들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강하게 외부를 향해 표현하는 방식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이 책은 북한의 공식 매체를 통해서 사용되는 말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낯설지만 친숙한 말들이기도 하다. 북한과 우리는 한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또한 많은 어휘들이 여전히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럼에도 분단으로 인해 달라진 말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제 북한이라는 말도 쓰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남한이라는 말이 북한에서 사라지는 과정도 살펴주고 있으니, 어떤 말들이 북한에서 쓰면 안 되는 말인지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공식적인 매체에 쓰인 언어를 살피고 있기에, 아마 북한 당국이 특정한 말들을 금지했다고 해서 그 말들이 쓰이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말은 탄압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에... 오히려 억압이 심해지면 그 언어를 몰래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 말이 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그런 일상에서의 말까지 살필 수 없는 것이 한계이긴 하지만, 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북한과 관계가 단절되어 있으니까. 아마도 관계가 회복되어 서로 교류가 된다면, 이 책의 2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노동신문에서 다루는 말들과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들의 같고 다름을 살피는 책.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서 살핀 북한말이기 때문에 좀 답답한 느낌도 있다. 재미가 아니라 답답함. 언어를 꼭 이렇게 통제해야 하나 하는 생각.


하지만 교류가 끊긴 이때 북한에서 쓰는 말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남과 북은 아직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하루빨리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해서 실생활에서 쓰는 북한말에 대한 책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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