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팅 - 유령화 시대의 사랑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 동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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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화 시대의 사랑'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다. 실체를 만나지 않고 관계를 맺어가는 사회를 유령화 사회라고 할 수 있다면, 현대처럼 기술이 발전한 시대는 분명 유령화 시대가 맞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사회적관계서비스망(SNS)을 통해서 맺고 있다. 어떤 이는 엄청나게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사회학자 로빈 던바의 연구에 의하면 '150명이 넘어가면 진정한 추동력을 가진 우정이나 지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으며, 관계는 공허한 유사-사회적 제스처로 허물어진다'(16쪽)고 하니, 이런 관계를 중심으로 유지되는 사회를 유령화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유령화 시대에 너무도 쉽게 관계를 끊는 일이 발생한다. 끊기도 하고 끊김을 당하기도 하고... 이를 '고스팅'이라고 한다.


'2012년에 나온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고스팅은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행동, 특히 SNS나 문자 메시지 등에서 갑작스럽게 응답을 중단하는 행동. 모든 의사소통을 중단함으로써 관계나 연결을 끝내는 행위'(26쪽)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만 봐도 지금 시대는 유령화 시대가 맞다. 너무도 쉽게 고스팅을 하고 또 고스팅을 당한다. 많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끊든, 끊김을 당하든.


하여 '고스팅은 우리 자신의 내면과 영혼에 빈 공간을 만든다'(12쪽)고 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고스팅을 연인 관계, 가족이나 친구 관계, 그리고 사회 관계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가족 간에도 고스팅이 빈발하고 있음을 문학, 영화, 그리고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사람의 삶에 큰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가족 간에도 이런 고스팅이 일어난다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연인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느 순간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 상대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런 암시도 없이 연락을 끊는 경우도 많다고.


영화나 소설을 보면 이러한 일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이러한 고스팅이 낯선 일은 아니다. 다만, 고스팅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는 점. 그러한 고스팅이 빈번하다면 그 사회는 실체들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유령들과 같이 실체가 없는 관계들만 난무하게 된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런 고스팅이 빈발하게 된 데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크다고...특히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들이 자신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사회적으로 고스팅을 유발하고 있다고...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치-경제적 권력자들도 사람들을 한 순간에 고스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고스팅 중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는 것들과 '재개발'을 들 수 있겠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한 순간에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 이것은 정치권이 시민들을 고스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을 쉽게 고스팅 하는 사회라면 다른 분야에서도 고스팅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고스팅은 전염성이 강하니까.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관계들.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들. 이런 관계들을 모두 끊어야 할까? 아니, 그런 관계들을 모두 끊으라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는 그런 세상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우리가 잊어서는, 잃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직접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즉 특정한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존재, 지금처럼 SNS 속 관계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그 관계는 우리 몸과 몸이 만나는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


하여 '가까운 이들과의 싸움, 갈등 그리고 좌절은 그저 진솔한 대인관계의 연결감으로부터 형성되는 질감, 역사, 궁극적으로는 보상의 일부'(178쪽)라고 한다. 즉 이러한 갈등은 피할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어가는 데 필수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보상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으니...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인간들이 인간들과 만나 관계를 맺는 일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상 현실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유령이 될 것이다. 그러니 만나야 한다.


만날 수 있는 장소들, 그런 장소들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이 나와 다르다고, 나를 귀찮게 한다고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조금 내어주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고스팅'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결국 이 책은 비대면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대면 사회'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람들이 서로 만나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고스팅을 우리말로 '손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무언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으니, 손절, 배제, 따돌림 또는 자발적 고립 등이 모두 포함된 말이 고스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 그것이 바로 고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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