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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몸들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현암사 / 2024년 9월
평점 :
'몸'에 관한 책이다. 생물학이 아니다. 몸이 무슨 기능을 하느냐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질병에 관해서, 그 질병의 치유에 관해서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처음부터 몸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들어가며'에서 세 개의 몸을 이야기하는데, 그 몸들은 '지하철 속 무거운 몸, 멈출 수 없는 택배기사의 몸, 빨간 조끼 속 몸'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몸'에 관한 책이 아닌 것이다. 의료인류학이라고 하는데, 몸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생물학적인 몸에 국한하지 않고, 생물학적인 몸에 영향을 주는 사회-문화를 살피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몸이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되고 있음을, 그래서 몸에 대한 이해나 반응이 상황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지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몸의 가장 큰 특징은 보인다라는 사실'(193쪽)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우리 몸은 내 몸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 몸은 보이는 것이다.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몸에는 수동성과 능동성이 모두 들어가 있다. 남을 의식해서 자신의 몸을 그들의 시선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고, 그런 시선을 의식해서 오히려 반대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바로 몸이다.
이런 몸을 저자는 '문화가 사람들의 몸을 통제하는 머리 위 양동이 속 물과 같다'(195쪽)고 사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몸이 생물학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은 보이기-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문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한 문화에 자신의 몸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 문화에 맞지 않는 몸은 위축될 수밖에 없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하지만 몸은 이렇게 보여지기에 문화라는 통제에 어느 정도 따르기도 하지만, 보여주기에 문화를 바꾸려는 능동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개인의 몸이 다른 개인의 몸과 만나 함께하는 순간, 변화의 지점으로 나아가게 된다. 즉 기존에 몸을 규정짓던 틀을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나의 몸이 타인의 몸과 마주칠 때 새로운 시공간의 궤도가 형성될 수 있다'(242쪽)고 표현하고 있다. 몸은 이렇게 규정당하기도 하지만 규정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몸이고, 몸을 생물학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여 저자는 사람의 변화가 의식(이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도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3부에서 다르고 있다. 바로 몸이 변해야 하는 것이다. 몸이 기억한다는 말이 있듯이, 몸은 기억을 통해서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
'몸'이 경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러한 몸에는 사회-문화가 담겨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 이러한 관계는 추상적 관계가 아니라 직접 몸을 맞대는 관계일 때 더 좋다는 것을 '포옹'의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는 '보여지는 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나, 그런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그럼에도 '보여주는 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 그렇게 우리는 몸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경계를 인식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몸'에 관해서 다양한 방향에서 설명하고 있어서 새로운 관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끝부분에서 문화적 시공간을 넘어선 세 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장애, 퀴어, 애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들어가며'에서 만난 몸과 연결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몸들을 통해서 경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몸에 대해서, 꼭 자신이 그러한 몸이 아니더라도 그 몸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