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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 강압적 통제는 어떻게 관계를 지배하는가
허민숙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평점 :
마음이 불편하다. 목숨을 걸고 사귀어야 하다니... 세상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만났는데, 그 만남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나?
특히 친밀한 관계,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살인은 정말,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불행, 죽음으로 가는 길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야말로 사랑을 목숨 걸고 해야 하는 판이다.
비유가 아니다. 목숨 걸고란 말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말로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랑을 한다는 말이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런데 그 상대를 어떻게 알아보나. 처음부터 난 당신을 죽일 거야 하면서 접근하는 연인이 있을까? 당신을 사랑해,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 아니면 우리 행복하자 하면서 만남을 시작하지 않나.
그러던 관계가 어느 새 집착으로 변해 사사건건 간섭하게 되고, 그 간섭이 통하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고, 더 나아가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가정폭력, 교제폭력(살인)이라고 하는 범죄들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사람을 만나는데 목숨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그런 만남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도 상대가 따라줘야 가능하다.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은 상대의 집착과 폭력으로 인해 벗어나기 힘들다. 그것도 친밀한 관계, 사적인 관계라고 해서 경찰이나 공권력이 잘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통계를 보라. 무시무시하다. 무섭단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2024년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8만 8,394건(17쪽)이라고 한다. 한 해 교제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된 건수만 8만 건이 넘는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하루에 242건의 신고가 있었다는 말이다. 약 6분마다 한 건의 신고가 들어온다는 얘기니...
신고하지 않은 교제폭력까지 합친다면 거의 매 순간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는 교제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신고가 사건으로 접수되는 건수는 대폭 준다는 사실.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체 종결되는 건수가 반이 넘는다고 한다. 앞에서 든 2024년 통계를 보면 신고 건수 88.394건 중에서 4만 8,065건이 현장에서 종결되어 현장종결률 54.4 퍼센트를 기록(19쪽)했다고 한다.
이 통계를 봐도 신고도 많이 되지만 현장종결로 더이상 수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절반이 넘는다는 것인데, 이런 와중에 교제살인을 당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너무도 많은 교제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통계인데, 이런 교제폭력을 막을 제도나 법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이제 교제폭력을 규제하는 법이 발의되었다고 하는데...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당신들의 문제니 당신들이 해결해 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협을 받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제폭력이 일어나는 전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첫번째는 바로 과장된 자상함과 친절함이다. 물론 자상함과 친절함은 좋은데, 다만 남을 자신이 통제하기 위해 접근하는 위장된 자상함과 친절함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 자상함과 친절함을 처음부터 위장인지 진실인지 알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다음 단계, 의심과 질투로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것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이는 교제폭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조심해야 하고,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의심과 질투에서 교제폭력으로 넘어가는데 폭력을 넘어서 살인으로까지 나아가는 전조는 바로 '스토킹과 목조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스토킹에 관해서는 범죄로 다루고 있는데, 아직 교제폭력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목조름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엄한 처벌을 한다고... 그러한 엄한 처벌을 통해서 살인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에 관한 법이 없다고 한다.
하여 저자는 우리나라도 교제폭력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연인, 배우자, 파트너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통제 행위'를 범죄화하는 법적조항을 마련해야 한다.(175쪽)
둘째,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통제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 (176쪽) - 저자는 외국 사례를 검토하면서 친밀한 관계에는 현재의 관계만이 아니라 과거에 맺었던 관계도 포함된다고 하고 있다.
셋째, '친밀성'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해 가해자 처벌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반의사불벌죄' 배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177쪽)고 한다.
왜냐하면 친밀한 관계에서는 상대의 가족관계나 직장 또는 어디를 언제 가는지 등을 가해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자신과 관계맺고 있는 다른 존재들이 위험에 처할까 봐 가해자를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자신에게 가까이 있는 가해자는 위협적인 존재이기에 그 앞에서 직접 처벌 의사를 밝히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 교제폭력은 현행범으로 그 자리에서 피해자와 격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기술적 도입으로는 '스마트 워치'의 보급이 아니라 'GPS위치추적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이 위치추적장치가 반영되어 시행되고 있다(183쪽)고 하는데, 'GPS위치추적장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 거리 이내로 가까워지면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183쪽)이라고 하니,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한다.
무엇보다 지금 교제폭력을 당하는 존재가 여성들이 많으니 성적 차별, 무시를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이는 여성만이 아니라 소수자 누구에게나 해당될 테고,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교제폭력이 다른 소수자들에게 가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어떤 성별이든 또 종교를 가졌든 아니면 여타 어떠한 이유에서든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니) 시행되어야 하고, 이런 법이 적용되지 않는, 실질적으로 차별이 없는 사회가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단지 교제폭력을 방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차별도 일어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저자 역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서글펐다. 만남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만나면서 목숨이 위협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도 아주 많이. 하루빨리 이러한 일이 없어지도록 제도로 또 문화가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