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오지 않는다 - 자동화 신화와 은폐된 인간 노동의 진실
안토니오 카실리 지음, 변정수 옮김 / 이상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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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오지 않는다'가 아니다. 로봇은 온다. 오는데, 로봇이 온다고 해서 인간 노동이 줄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흔히 우리가 지금 하는 일들을 로봇이 하게 되면 우리는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우리 인간에게도 좋은 일이라고들 한다. (여기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묶어서 하나의 개념으로 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카실리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 로봇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온다고 해도 인간 노동은 줄지 않는다고, 오히려 인간 노동은 작게 작게 쪼개져 노동이라고 판단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되어, 보상받지 않는 노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인공지능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그들이 그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냥 눈 앞에 보이는 현실에 열광하거나 두려움에 빠지거나 하는데, 카실리는 보이는 현실 너머, 그러한 현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지금 인공지능이 이 정도 능력을 발휘하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있었다는 점. 또 지금도 그렇게 사람들의 노동이 뒤에 있다는 점을 수년 간의 조사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노동은 노동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은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플랫폼들이 기를 쓰고 자신들에게 이윤을 창출해주는 사람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이윤은 챙기지만 그들을 보호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또 개인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재미로 하는 활동이기에 노동이 아니라고, 자신들이 그에 대해 어떤 보상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재미로 하든 돈을 받고 하든 클릭을 하는 순간순간이 플랫폼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더욱더 빠르고 정확한 인공지능을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우리가 좋아요를 누르든 링크를 타고 들어가든 우리의 행위 하나하나가 모두 플랫폼들에게는 유용한 자료가 된다. 저자는 디지털이라는 말을 '손가락'이라는 뜻도 있다면서, 이 디지털 세상은 결국 우리들의 손가락에서 비롯된다고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적은 수입으로 라벨링을 하는 사람들, 그냥 플랫폼에 접속해 재미로 클릭하는 사람들 모두의 행위가 플랫폼의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로봇이라는 현상 앞에서 사람들이 잊고 있는 노동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 노동은 사라지지 않고 또 줄지 않을 것이라고... 물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일들은 로봇(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 그것을 보고 인간 노동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는 일자리, 지금까지 인간이 하는 노동으로, 인간의 일자리였던 것이 로봇으로 대체된 것일 뿐.


로봇이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이 있어야 하는데, 학습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누가 만들어내는가 하면 그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인간이 바로 인간이다. 즉 로봇이 일을 하면 할수록 인간이 해야 하는 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로봇은 수많은 데이터, 새로운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그러한 데이터를 창출해내는 존재는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그러한 인간들의 노동을 보지 못하고, 또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러한 사회는 인간의 행복을 구현하는 사회가 아니라 소수 인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다수의 인간들은 불행한 사회가 된다고...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노동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카실리는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 표지에 있는 작은 제목 '자동화 신화와 은폐된 인간 노동의 진실'이라는 말이 다가온다.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이 사라질 거라는 것은 허상이라고... 자동화 뒤에 오히려 잘게잘게 쪼개진 일들을 하는 인간이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고...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인간 노동을 보게 하는 것. 그러한 인간 노동이 있기에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가 가능한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가 편리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이러한 구조를 지탱해주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또 그것이 노동인지 생각하지 않고 하는 우리 모두의 활동들이니 '보편 디지털 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카실리는 '나는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로봇이 아니라 더 낮은 임금을 받는 다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편적 기본소득은 실업을 보상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착취에 맞서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439쪽)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유재산은 사회적 재산으로, 종속된 노동은 자기결정적 노동으로, 데이터와 노동을 둘러싼 울타리는 진정한 공유 인프라로 대체되어야 한다'(443쪽)고 한다. 


이렇게 카실리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노동과는 다른 노동으로 인간들이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인간들의 노동이 인공지능(로봇, 자동화)을 이끌고 유지하게 하니, 그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카실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사회는 충분히 가능하고, 또 사회의 불평등을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부와 시간의 여유가 아니라 모두에게 분배되는 부와 시간의 여유,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카실리가 꿈꾸는 세상이고, 우리 역시 그러한 꿈을 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덧글


참고로 나는 여기서 로봇, 인공지능, 자동화를 같은 의미로 썼고, 카실리가 이 책을 쓴 때가 2019년이라고 해서 인공지능이 한창 떠오르는 지금과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했는데, 영문판을 2025년에 냈다고 하고, 이 책의 번역은 주로 2025년을 기준으로 했다고 하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논의와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 없다. 그의 주장을 참조하는 것도, 특히 결론 부분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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