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의 유고 시집이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남긴 시들을 모아 낸 시집.


  나이듦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시들이 꽤 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시인은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 말을 조금 바꾸어서 읽는다.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로.


  하지만 살아갈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아름답다고 여기기 힘들다. 그때 그때의 삶이 힘겨울 때가 많기 때문인데...


  이런 힘겨운 삶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또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아름다운 삶이 된다. 나중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것이 아름다움이었구나 느낄 수 있다. 이 시를 보자.


  고추잠자리


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

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


어둑어둑 서쪽 하늘로 달도 기울고

꽃잎 하나 내 어깨에 고추잠자리처럼 붙어 있다


신경림,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창비. 2025년. 10쪽.


나이 들어 바라보는 자신의 삶. 복사꽃밭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삶 아니겠는가.


이런 삶을 산 사람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여 시인은 '노래가 들린다, 큰 노래에 묻혀 들리지 않던. / 사람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인다'('해질녘'에서.. 11쪽)고 하고 있다.


큰소리만 내는 사람, 커보이려고만 하는 존재들에게서 가려져 있던 것들, 제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을 볼 수 있는 눈. 그런 존재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그런 존재들에게 다가가는 발. 그런 존재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손.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는 마음... 그런 마음을 지닌 존재. 시인은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우리에겐 그런 사람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큰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는 요즘, 신경림 시인의 이 시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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