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춘이라는 시인]을 읽고, 서정춘 시인의 시집이 그리 많지 않으니, 다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다.


  짧은 시, 또 적은 편수의 시들이 실려 있는 시집. 그러나 짧은 시에서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되니, 참 진한 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몇 권의 시집에 다른 시집을 구하려 했더니, 이런 절판이란다.


  이 시집도 그렇다.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해보면 이렇게 나온다. 품절이라고... 그리고 이유가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시집들이 절판이 되어 구하기 힘든 상태. 운이 좋게 여러 도서관을 찾아보니, 있다. 오래 전에, 15년 전에 발간된 (이제 16년 전이라고 해야겠지. 2010년에 발간된 시집이니) 시집이라 몇몇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아주 못 구해 읽을 시집은 아니다.


하지만 소장은 할 수 없다. 헌책방을 뒤져 운 좋게 구하면 모를까, 품절은 곧 절판과 같은 뜻이고, 이는 더이상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아쉽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구할 수 있는 시집을 구해서 잘 읽을 수밖에. 이 시집, 읽으면서 짧음의 미학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시란 짧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짧게 표현하기 위해서 잘라낸 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잘라낸 말들을 시로 살아난 말들을 통해서 찾아야 하는데...


이 시집에서 서정춘은 한 쪽을 넘기는 길이의 시를 쓰지 않았다. 시들이 모두 한 쪽에 한 편씩 들어가 있다. '새벽', '돛'이라는 시는 두 줄이다. 그 두 줄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새벽이라는 시간을 우리는 주로 시각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시인은 이를 청각과 시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시를 보면 '흰 꼬리 고양이 울음소리가 / 문지방에 희미하게 걸렸습니다'(31쪽)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새벽이다. 이런 시들... 이토록 진한 서정이라니... 그냥 읽으면서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한번 더 마음 속으로 음미하고, 눈을 감고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시들.


좋다. 이 시집의 제목은 '빨랫줄'이란 시에서 가져왔다. 그 시를 보자. 빨랫줄.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 마당 있는 집에서는, 또는 옥상이 있는 집에서는 빨랫줄이 있었다. 그런 빨랫줄을 보고 시인이 표현한 것을 보자. 이렇게 진한 서정이 시에 담겨 있다.


  빨랫줄


그것은, 하늘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

그것은,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서정춘, 물방울은 즐겁다. 천년의시작. 2010년. 15쪽.


다음에는 서정춘의 절판된 시집인 [귀]를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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