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사랑굿'이란 시집을 읽은 적이 있다. 어렵지 않은 시. 마음에 들어오는 시들.
그러다 우연히 김초혜 시인의 남편이 조정래 소설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느 글에서 조정래 소설가가 예전에는 김초혜 남편 조정래였는데,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가로 설 수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런 사실에서 하나 더 나아가 이들의 가족문학관이 있다는 사실. 그 문학관의 이름이 좀 길다. 2017년에 개관했다고, 전라남도 고흥에.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
그럼, 조종현은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시조시인이고 조정래 소설가의 아버지란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아버지 역시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하고... 이렇게 가족문학관이 생기는 문학 가족인데.
이 시집은 1943년생인 시인이 2017년에 발간한 시집이니 70이 넘어서 낸 시집이다. 원숙함의 경지라고 해야 하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뒤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해야 하나.
읽으면서 '잠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 달관의 경지다. 이 정도면. 하여 시집에 실린 시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추운 겨울, 또 냉혹한 사회 현실 속에서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시들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한발 물러나 보게 하는 시들도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달관의 경지에까지 이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달관의 경지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다 현대시를 비판하는 시를 읽고는 시인들에게도 현대시는 어렵구나, 그렇지, 현대시는 비평가들을 먹여살리는 역할을 하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니 비평가들이 해설해주어야 그나마 그렇구나 할 수 있으니.
하지만 비평가들마저 온갖 문학이론을, 철학을, 사회학을 들이대어 해석해내는 시들이 과연 많은 사람들에게 와 닿을까. 오히려 그런 시들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역할을 하지 않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들을 보면 어려운 시보다는 쉽게 마음에 다가오는 시들이 더 많지 않아. 거기에 그리 길지 않아서 암송할 수도 있고.
원로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초혜 시인이 쓴 '현대시'를 보자.
현대시
자기도 뜻을 모르고
남은 더 모르게 쓴다
시가 울고 있다
김초혜. 멀고 먼 길. 서정시학. 2017년 초판 4쇄. 79쪽.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껴 시를 멀리하면 시도 울 수밖에 없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
이렇게 짧은 시들. 잠언과 같은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있으니,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에 위안을 주고 싶을 때 이 시집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짧은 시 한편 더... 각박한 시대.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서...
사람
흙과 나무와 바위를
모두 품는다
그래서 산이다
그래야 사람이다
김초혜. 멀고 먼 길. 서정시학. 2017년 초판 4쇄. 21쪽.
나중에 기회가 되면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에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