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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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후 우리의 삶은 확 달라졌다. 인간을 넘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분야에서 인간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것. 이제는 챗지피티 시대다. 많은 대학에서 시험 답안에 챗지피티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신의 학습 성과를 검토한다는 시험에서도 챗지피티라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인간. 이제 인간은 이러한 기계(기계라고 하면 지능이 없다고 여기기 쉽지만, 로봇이라는 말에는 기계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차페크의 '로섬의 유니버셜 로봇'에서 로봇들은 이미 지능이 있다. 인간에게 저항하고 인간을 쫓아내고 있으니...)의 도움 없이는 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생겼다.


단순한 일에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이제 인간이 기계의 보조 역할을 하게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불안감. 위기의식.


알파고는 그 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만큼은 안 되리라는 예측이 무색해지고, 지금은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 그래서 이제 프로기사들은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으로 학습을 한다고 한다.


바둑 해설도 마찬가지고... 바둑 방송을 거의 보지 않지만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장면인데, 기사라 한 수를 놀 때마다 승리 확률이 화면에 나왔다. 이것이 바로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 생긴 변화다.


그 돌이 지닌 의미를 따질 필요는 없다. 오직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다. 이렇게 이기기에 최적화된 알파고와 같은 바둑 인공지능들을 인간은 이길 수가 없다. 이기기 위한 확률을 너무도 빠른 시간에 계산해내고, 이길 확률이 높은 (가장 확률이 높은 수를 꼭 두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질 확률이 있는 수를 놓는 경우는 없을 테니) 수를 놓는 인공지능을 인간이 이길 수는 없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존재, 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바둑계는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먼저 경험했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그리고 바둑계는 엄청나게 변했다고 한다.


이 변화를 받아들인 사람도 있고,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변한 것만은 사실이다.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이 책에 나와 있는데, 그럼에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음은 확실하니, 바둑이 무엇인지, 바둑이 인간에게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바둑은 예술인가, 스포츠인가 그냥 게임(놀이)인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때에 따라 바둑이 자리한 분야가 달라지기도 했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바둑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정립해야 한다. 


이렇게 바둑계는 미래를 먼저 경험했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는? 우리 분야가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아니다. 바둑계에 먼저 일어났을 뿐이다. 곧 다른 분야에서 이런 일은 생겨난다.


단적으로 미술에서도 음악에서도 또 문학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간이 쓴 작품과 구분할 수 없는 경지에까지 올랐다고도 한다. 또한 챗지피티는 학생들의 공부에 필수가 되고 있으니... 자신의 학업까지도 챗지피티에 의지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런 현실에서 바둑계가 겪은 경험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 느꼈고, 어떻게 대응했으며,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작가 장강명이 많은 바둑 관계자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 그들이 경험한 세계가 이 책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먼저 온 미래를 겪은 사람들, 분야 이야기다.,


그리고 바둑계가 겪은 일은 이제 예술계에서도 겪고 있다. 예술, 인간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분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던 예술도 인공지능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그렇다면 예술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인공지능보다 못한(이러한 우열의 개념을 예술에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지만, 예술 분야만큼 우열을 나누고 평가하는 곳이 있었던가 하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그것을 인공지능처럼 명확하게 수치로 밝힐 수 없었을 뿐. 직관으로 또는 권위로 우열을 나누지 않았던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과연 그때도 예술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까?


무서워졌다. 그렇다고 이러한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는데... 분명 기술은 퇴보하지 않는다. 한번 나온 기술은 더 발전된 쪽으로 나아가지 사라지는 쪽으로 가지 않는다. 마치 엔트로피 법칙처럼.


이렇게 바둑계가 경험한 인공지능 이야기를 인간의 다른 여러 분야를 끌어와 이야기를 하다가 책의 뒷부분에 가면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조지 오웰을 중심으로 삼아 기술 발전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고. 무조건 기술발전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평가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그래서 장강명은 오웰의 [1984]를 좋은 소설,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왜냐하면 이 소설 속 세계가 너무나 끔찍해서 사람들은 그런 세계가 오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으니까. 이 말을 이 작품에 적용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조로 격하시킬 세상은 너무도 암담하기에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 작가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인공지능이 이것까지 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상상할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좋은 상상을 하는 것,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340쪽)


이 책이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우리 모두 인공지능이 펼칠 미래를 한번 상상해보고,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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