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인터뷰 -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 아무튼 시리즈 75
은유 지음 / 제철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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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의 끝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193쪽)라고.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은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이런저런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래서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알게모르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존재들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이 관계맺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과 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관계맺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한적인 관계맺기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간접적인 만남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책을 통해서든 미술이나 영화, 음악을 통해서든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관계맺기에서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터뷰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인터뷰어가 만나 그 사람을 우리와 연결해주는 일, 그것이 인터뷰다. 그리고 저자인 은유는 그러한 인터뷰 작업을 많이 해온 사람이다.


그가 쓴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러면서 내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존재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는데...


그런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터뷰'에 대해서 책을 냈다. 저자가 인터뷰를 처음 했을 때부터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어떤 마음을 지니고 했는지 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터뷰 기법보다는 다른 존재와 우리를 연결해주는, 저자의 말대로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나를 구성하는 또다른 존재가 되게 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에는 그런 인터뷰 내용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만나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담겨 있기에 그런 과정을 읽는 동안 다른 존재를 만날 때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냥 만남은 없다. 만남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명확하게 드러날 때도 있지만 흐릿하게 존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무언가는 바로 나 자신을 만들고 있다. 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저자는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모순 없는 두 문장을 잇는다.'(51쪽)고 하고 있다.


대단하다는 경외감은 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만든다.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단한 사람, 즉 우리와 달라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이다. 그러니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모두들 자신의 삶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으므로.


하여 이 책을 읽으면 굳이 인터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나는 존재들을 존중해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들 역시 그냥 살지 않으니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 그 살아냄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존중해야 남도 나를 존중하게 되니까.


마찬가지로 그런 내 삶도 그냥 사는 삶이 아니다. 나 역시 내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인터뷰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남을 존중하는 마음도 지니게 되지만 나를 존중하는 마음도 지니게 된다. 결국 나 역시도 존중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해둔다.

인터뷰는 사람 이야기를 뺏어 오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다른 한 사람이 다가가서 경청하고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일. - P34

인터뷰는 누구를 왜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지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게 핵심이고 전부다. - P40

인터뷰란 본디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 P 61

질문은 앎을 토대로 더 나은 앎을 찾아가는 일이다. 질문의 시간은 공부의 시간 다음에 온다. - P83

좋은 인터뷰는 ~ 인터뷰이는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고심하고 답하며 자기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고, 인터뷰어도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가진 편견의 귀퉁이라도 허물어질 계기를 얻는 만남의 장. - P138

막연한 짐작을 정확한 진실로 견인해주는 말을 얻어내는 것이 인터뷰어의 일이다.

- P141

인터뷰의 기술은 시간 안배의 기술이다. - P158

글쓰기는 삶에 대한 옹호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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