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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오래 전에 구입해 놓고, 책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가 이제는 읽어야지 하고 읽었는데, 일곱 편의 소설. 공통점을 찾기보다는 각 소설의 특징을 찾는 것이 더 좋은 읽기겠지만, 소설 역시 시대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작품들이 지닌 어떤 공통점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더 앞선다. 그러다 실패.
어떤 작품은 계속 마음 속에 남아 있고, 어떤 작품은 빠른 속도로 읽었고, 또 어떤 작품은 함께 실린 비평을 보고서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했는데...
대상 수상작이 백온유가 쓴 '반의반의 반'이란다. 반의 반이면 1/2이고, 그것의 반이라면 1/4이 되나? 그런데 왜 제목이 이럴까?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데... 등장인물은 넷이다. 할머니 영실, 엄마 윤미, 딸 현진, 그리고 요양보호사 수경.
사건이 벌어진다. 영실이 꼭꼭 감추고 있었던 돈 오천만 원이 사라진 것. 이제 범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등장인물 넷에 범인으로 의심받을 사람은 정해져 있다. 요양보호사. 문제는 증거. 하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는 판정을 받은 영실. 확실하지 않는 CCTV. 물증은 없다. 심증은 있는데...
이 사건이 중심이 되지만, 사실 소설의 중심은 이것이 아니다. 바로 비틀어진 관계. 즉 서로의 마음을 열지 않은 관계를 지속한 가족의 이야기다. 모든 것을 다 터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많은 것을 공유하는 것이 가족이라면, 이들은 무엇을 공유했을까?
가족이 공유하고자 하는 것 중에서 가장 먼저 꼽으라면 그것은 사랑 아닐까? 이 사랑이 맹목적일 필요는 없다. 다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말, 행동, 마음가짐 등등이 상대에게 가 닿으면 된다.
어쩌면 상대를 가장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공동체가 가족일지도 모른다. 그냥 알아서 하겠지, 엄마니까, 아빠니까, 할머니니까, 자식이니까, 손녀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데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 이것이 바로 가족의 바람직한 형태 아닐까.
따라서 가족은 똑같지는 않지만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관계일 수 있다. 서로를 다독거려줄 수 있는 관계. 하지만 이 소설 속 가족은 그렇지 않다. 영실-윤미의 관계는 데면데면하고, 영실-현진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세월을 보내왔을 뿐 이들에게는 끈끈한 무엇이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아니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에 보탬이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양보호사 수경은 그렇지 않다.
인생 말년에 수경의 태도에 마음을 여는 영실인데, 어쩌면 영실이 기대한 가족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을 품어줄 수 있는 그러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엄마인 윤미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고, 손녀인 현진도 그랬을 텐데, 이들의 관계는 이상하게도 조금씩 비틀어져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돈의 행방은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영실에게는. 영실은 인생 말년에 자신을 보듬어준 수경이 고마울 뿐이니... 물론 돈을 수경이 가져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함께하지만 무언가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비틀어져 어긋나는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관계를 인식한다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아마 윤미나 현진이 수경의 반의반의 반만큼만 했어도, 또 영실이 그렇게 했어도 이들의 관계는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비틀어진 관계를 성해나의 '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에서도 만날 수 있고, 성혜령의 '원경'에서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성혜령의 '원경'을 읽으면서는 클레어 키건의 '너무 늦은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으니..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서도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사람에 의해 관계가 비틀어질 수 있음을... 그것이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아이를 학대하는 감독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니...
서로 딱 맞는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다. 세상에 만들어진 퍼즐 조각처럼 제 자리를 찾기만 하면 딱 맞아떨어지는 관계를 원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그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딱 맞지 않기 때문에 맞추려고 자신과 상대가 조금씩 자신을 내어놓고 함께 맞춰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가 중심이 아니라 '우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한다면 정확히 맞지는 않더라도 떨어지지는 않을 정도의 맞춤은 된다. 2025 제16회 절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 그러한 관계를 비틀어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