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말들 - 차별에서 고통까지, “어쩌라고”가 삼킨 것들
오찬호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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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인권, 공정, 연대.


참 좋은 말이다. 누구나 쓰는 말이고, 자신은 이것을 잘 지킨다고, 실천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고.


이 말들에서 하나의 연관 관계를 찾는다. 굳이 찾아야?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관통하는 네 단어를 고르라면 이 넷이기 때문에, 이 넷이 제목이 된 '납작한 말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납작한 말들이라는 것은 입체적인 것을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에게 적용을 하면 어느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사람을 말을 통해서 하나로 규정해버린다는 뜻으로 쓸 수 있다.


하나로 규정된다는 것, 남에게 규정당하는 사람은 주로 배제의 대상이 되거나 무시, 혐오의 대상이 된다. 사람이 사람을 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를 끌어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말들은 납작하게 눌려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 말들은 우리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함께 사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말들이다. 아니, 말을 넘어서는 실천이다.


저자는 그 점을 이 책을 통해 계속 말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 말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쓰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이 말들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자고. 그래서 나만이 아니라 남도 판단할 수 있는 눈 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눈 앞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자고. 그것이 성숙한 사회고 문화 사회라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에는 '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홀로가 아니라 관계다. 자유는 홀로와 연관이 깊을 것 같지만 아니다. 세상에 혼자 존재한다면 자유란 말조차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숨쉬는 것이 당연할 때 공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듯이.


그래서 자유란 말을 쓰는 것은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유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관계다. '자유는 '없는 자'만이 느낀다'(88쪽)고 했다. 없는 자가 있으면 있는 자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있는 자가,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자가 '자유, 자유'한다. 이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혐오할 자유, 착취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 혐오고 착취다. 그것을 착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관계'를 망각하고 내뱉는 자유라는 말은 '자유'가 아니다.


인권 역시 마찬가지다. 인권은 상대적이 아니다. 절대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여러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인권 역시 '관계'에 해당한다. 이 관계들을 통해서 인권 개념도 다르게 쓰인다. 그러면 안 된다. 


'공정'이야 당연히 홀로가 아닌 상대를 전제하고서 하는 말인데, 이 공정을 시험으로 정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험의 결과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공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하나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관계가 개입되어 있는지, 시험을 잘 본 것이 과연 나만의 능력일까? 시험 성적의 결과는 남과 관계없는 나만의 것일까? 아니다. 이 시험 결과에는 수 년에 걸친 관계들이 걸쳐 있다. 사회, 문화, 경제, 여기에 대인관계까지. 그러니 공정은 관계일 수밖에 없다. 내 결과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 연결된 결과라는 것.


그러니 우리(이때 '우리'는 편가르기 하는, 내 편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내 편을 뜻하는 우리는 연대가 아니라 다른 존재를 억압하는 동맹일 뿐이다. 이는 연대가 아니라 배제다. 배제를 통한 자신들의 연대라고 해야 하나. 그런 관계에는 연대라는 말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그건 담합이다.)는 연대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바꾸기 위해서는 홀로가 아니라 함께여야 하기 때문에. 이때 연대는 다른 존재를 동등하게 여기는 동등한 관계의,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행위를 하기 위한 관계맺기이다. 이런 연대들이 있어야 사회가 변한다.


이렇게 이 책은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고 그들을 노력이 부족했다고, 또 능력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를 돌아보고, 함께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납작한 말들이 판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또한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면서 자신도 납작한 말을 쓰고 있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자고, 그러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고...


하여 저자의 말로 글을 맺는다. 이 말에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좋은 사회란, 바늘구멍을 통과한 '누구에게만' 주목하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늘구멍을 넓힐 지혜와 한쪽을 개천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 연대를 갖추는 동시에, 설사 개천일지라도 그게 개인의 굴레가 되지 않도록 편견을 깨야만 가능하다.'(188-189쪽)


'좋은 사회란 어떤 개인이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다.'(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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