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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착한 마녀 글린다 - 완역본 ㅣ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14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3월
평점 :
프랭크 바움이 쓴 오즈의 마법사 마지막 편. 이번에는 전쟁을 막으려 하다가 위기에 빠진 오즈마와 도로시를 구하는 이야기다.
제목에는 글린다라고 나오지만,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글린다가 등장하는 장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글린다가 가장 큰 역할을 하지만 다른 인물들의 도움이 펼쳐진다. 위기에 빠졌을 때, 홀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모습, 집단 지성의 모습이 여기서 드러나는데, 요정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닌 누더기 소녀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마법의 주문은 도로시가 찾아낸다.
이는 특정한 사람들만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각을 한다면, 또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존재들이 한 말이라도 의미가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또 옳음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도 해주고.
단순한 동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화에는 알게모르게 익히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가 자신의 내면을 형성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등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가 직관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자신들이 이야기를 만들어서 읽게 하기도 하지 않는가. 이는 아이의 성장에 이야기가 주는 힘, 이야기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 오즈마를 보라. 그냥 모른 척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런가? 법에 '부작위에 의한'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법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해야 하는 데도 하지 않는 것. 오즈마는 오즈의 통치자다. 그런 통치자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에 문제가 생겼는데, 가만히 있어도 자신에게는 어떤 피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부작위인 것이다.
오즈마에게는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 사실 지도자는 것은 자신의 부작위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해야만 하는 일, 옳다고 여기는 일, 다른 존재가 힘들어하는 일을 개선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 오즈에 속한 나라 사람들 (여기서는 납작머리들과 스키저들)은 전쟁이라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것은 제대로 된 통치자에게는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러 떠난 도로시와 오즈마. 하지만 이들은 위기에 처하고...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글린다와 도로시와 오즈마의 친구들이 함께해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온다.
물론 스키저들과 납작머리들도 자신들의 통치자를 새롭게 뽑고 또 평화롭게 지내게 되고.
이 편에서는 협동과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나쁜 쪽으로 쓰는 사람들의 문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남보다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다고 남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하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것으로 '오즈 시리즈'가 끝났다. 14권에 걸친 긴 여행이었다.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그들의 모험에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 1권만이 아니라 나머지 권들도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