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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 - 완역본 ㅣ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4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6월
평점 :
하아, 이번에는 지하세계다. 지하세계에서 탈출해 다시 오즈로 간다. 1권에서 사라졌던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작가는 독자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서 처음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다시 등장시키고, 또 이들이 서로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지내게 한다. 모험을 통한 행복 추구. 이것을 읽는 독자들도 행복에 빠지리라.
지하세계. 식물의 세계와 나무의 세계를 거쳐 용들의 나라에 도착. 이들 세계는 결코 도로시 일행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자신들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식물과 나무는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것 아닌가. 이런 식물들을 어렵게 하는 것이 인간인데, 이 소설(동화)이 쓰일 당시에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을 테니.
이번 편에는 도로시와 함께 모험하는 존재들로 유레카라는 고양이와 젭이라는 농장 소년, 짐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하세계에서 오즈의 마법사도 만나고. 이들이 겪는 모험이 잘 그려져 있는데, 물론 이들은 모험에서 위험에 처하더라도 현명하게 또는 운이 좋게 잘 벗어난다.
그리고 오즈마 공주의 도움으로 다시 오즈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번 호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했더니 고양이 유레카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겠다. 본능과 이성.
배고픈 호랑이는 이성의 힘으로 자신의 식욕을 억제한다. 호랑이는 살생을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어떻게든 마법사가 데리고 있는 새끼 돼지를 먹으려고 한다. 다른 먹이가 있음에도 자신의 본능을 누르기 힘들다.
무조건 본능을 누르라고, 이성으로 제어하라고 할 수 있을까? 배고픈 호랑이는 그것이 가능하다. 그는 많은 일을 겪었기에 자신의 본능을 이성으로 누를 수가 있다. 하지만 성장기에 있는 고양이는?
배워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그것들을 거치고 난 뒤 본능에 충실한 삶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 뒤에 이성으로 본능을 제어하게 된다.
고양이는 새끼 돼지를 먹으러 간다. 우연으로 결국 먹지는 못하지만 이로 인해 재판을 받는다. 이 재판 과정이 지금도 참조할 만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 증거를 내 놓으라고 주장하는 피고인.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검사 측. 그럼에도 상황 증거가 명확하기에 돼지를 죽인 죄로 사형을 선고한다.
자,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본능에 충실하면 위험에 처한다?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재판, 특히 한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함을, 고양이의 증거 요구가 무례하고 건방지고 어처구니 없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다.
상황적 증거, 심증으로 사형까지 갈 수는 없다. 물론 이 소설(동화)는 그것까지는 안 간다. 고양이는 새끼 돼지를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지 못한 것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성으로 본능을 누르지 못했다. 다만 재판 과정을 통해 본능에 따르기만 하는 것이 좋지 않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여 이 편에서는 이성과 본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냥 재미있게 읽지만 무의식의 한 편에서는 이런 것들을 쌓아두고 있을 것. 이것이 어린이들에게 이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