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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 - 철학자 박구용, 철학으로 시대를 해석하다
박구용 지음 / 시월 / 2025년 1월
평점 :
빛의 혁명이다.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바로 빛이고, 이렇게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바로 혁명이다. 혁명하면 피를 연상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나라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빛의 혁명을 이루었다. 평화 혁명. 그래서 혁명에서 피를 제거하고 빛(여기에 더불어 빛과 함께는 볕-온기)을 생각하게 했다. 한번은 촛불로 빛이 어둠을 몰아냈고, 또 한번은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빛이 어둠을 몰아냈다.
빛의 혁명은 피의 혁명과 달리 축제의 장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어울리며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희망과 즐거움에 찬 혁명. 그것이 빛의 혁명이었다. 그리고 빛의 혁명은 윤석열의 탄핵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속되어야 한다. 빛이 사그라들면 어둠이 시작된다. 혁명은 반혁명을 부른다. 반대로 반혁명은 혁명을 부른다. 이 책에서 저자인 박구용이 말하는 반혁명이 윤석열의 비상계엄이었다면, 혁명은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빛의 함성이었다. 빛들의 모임이었다. 반짝임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다시 반혁명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 책에서 제7공화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87헌법을 넘어서 빛의 혁명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헌법,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7공화국이다.
철학자로서 우리 시대를 말하고 있는데, 대부분을 윤석열 정권과 그를 탄핵한 이후에 중점을 두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윤석열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촛불 혁명으로 이룬 일들에 대한 반혁명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촛불 혁명은 어떻게 나왔느냐 하면, 박구용은 이러한 혁명을 세 가지로 들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혁명의 역사는 동학혁명으로부터 시작해서 3.1운동을 거쳐 5.18민주화 운동을 들고 있다. 이러한 과거가 현재에 작동해서 87년 민주화 투쟁이, 촛불 혁명이, 그리고 다시 윤석열 탄핵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우리나라 혁명의 역사는 이렇게 100년이 넘게 이어져 왔고, 이는 공공의 영역으로, 시민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행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혁명에 대한 반혁명으로 최근 윤석열 정권을 들고 있다.
반혁명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시 혁명으로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뒤집었을 때, 그냥 뒤집고 말면 안 된다.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체제,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체제는 없다. 동학혁명으로, 3.1운동, 5.18민주화운동으로 제시되었던 것들을 지금 시대에 맞게 제도로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당정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원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정당이 시민을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시민들과 동떨어진 정당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려고 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그런 정치체제가 마련되게 해야 하는 것이 빛의 혁명이 지속되는 길이고, 그것이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제 탄핵 이후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혁명이 아니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시기로 만들어야 한다.
헌법 개정이 대통령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87년 체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거의 40년이 되어가니 이제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기간, 그리고 그러한 논의들이 반영될 수 있게 힘을 결집하는, 그야말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기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빛의 혁명이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박구용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은 명쾌하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토대로 이번 기회에 많은 공론장을 형성해서 혁명이 한 순간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인 박구용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 이러한 주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 빛의 혁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반혁명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간 우리 역사에 있었던 혁명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니, 이번에 이루어진 빛의 혁명, 잘 기억하고 앞으로도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