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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 ㅣ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섬뜩하다. 아직도 이러한 현실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포르노는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으니까.
가장 단순하게 인터넷 천국이 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쉽게 포르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남아들이 포르노에 접하는 나이가 11세라고 나오지만, 지금은 더 빨라졌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별 상관이 없다. 인터넷에는 온갖 자료들이 나돌아다니니까. 또한 법망을 피해 외국에 서버를 두거나 또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포르노 자체가 불법이니까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럼에도 포르노 유통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딥페이크가 문제가 되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상하게 상대를, 특히 여성을 농락하는 쪽으로 쉽게 쓰이고 있으니, 포르노 역시 마찬가지다.
포르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남성들의 자위용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에 따르면 상관관계는 분명 있으며, 포르노에서 다루는 내용이 여성들을 같은 사람으로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한다.
여기에 알게모르게 나이어린 소녀들에게까지 포르노에서 나온 의상들이 유행하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사회 전반에 포르노 문화가 퍼져 있으니, 그를 포르노랜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포르노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성을 착취하면서도 그것이 착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 그것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하려는 욕구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포르노도 그냥 성적 욕구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 자체에서도 온갖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 특히 인종 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포르노라는 것.
무엇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수단으로 보고,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포르노라고 하니, 이것은 인권에도 반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섬뜩한 마음이 들고, 끔찍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심각한데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는 모습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포르노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이것이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 우리들의 의식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 점에 대해서 여러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포르노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사실을 그대로 적시했다고 하지만, 그 사실도 하나의 흥미로만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 보면 좋지 않았을까? 물론 직설적으로 표현된 이 책의 내용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토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표현한 의미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냥 포르노는 현실이 아니야, 연출된 거야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포르노에 나오는 영상들이 연출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학대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이 연출이 아니라 사실이고, 그것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음도 보여주고 있으니...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노력이 함께가야만 포르노랜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도 자유로운 인터넷 세상, 어떤 한계를 정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포르노랜드'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붙인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