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가의 탄생 -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이춘재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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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날짜를 통보했다. 4월 4일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검찰총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검찰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법이 잘 지켜진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검찰이 지나치게 커진 권력을 지녔다는 말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권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지만, 그것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대통령이 되어 검찰 출신들을 정부 요직에 임명하여 검찰이 더 큰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했다고.


어째서 그렇게 되었을까? 오래 전부터 검찰 개혁을 이야기했었는데, 검찰 권력이 오히려 더 강해졌다니, 그래서 검찰국가라는 말도 나오고, 육사 출신들이 이 나라 대통령을 하고, 정부 요직에 자리잡던 일들을 이젠 검찰 출신들이 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그렇다면 그간 추진되어온 검찰 개혁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다.


검찰 개혁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살핀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졌던 검찰 개혁과 그 실패를 주로 다루고 있다. 실패라고 한다. 실패했기에 그 정부에서 검찰총장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자신을 임명했던 정부를 적대시했다고.


검찰개혁이 무엇일까? 저자는 명료하게 이야기한다.


'검찰 개혁의 최종 목적지는 '검찰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9쪽)라고. 그렇다. 검찰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부패한 권력이 되지 않게 검찰이 유지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검찰 개혁이다.


그럼 방법은? 간단하게 말하면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했으니, 절대 권력이 되지 않게 하면 된다. 절대 권력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적절한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


그럼 검찰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가? 검찰의 상위조직으로 법무부가 있다. 법무부에서 어느 정도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나치게 간섭, 통제를 하다보면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검찰이 신뢰를 잃은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사를 하고 기소를 했기 때문 아닌가. 그럼 법무부를 통해 통제를 하는 방법 말고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를 이야기하고, 검찰과 같은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일명 공수처)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의 권력은 줄지 않았다. 왜일까? 그 원인을 찾아가는데, 저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기를 놓쳤고, 또 적절한 인물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지 못했으며, 정부 초기에 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주장에서 시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정권 말기에는 어떤 개혁도 힘들다. 이미 정권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때는 신중하게 여러가지를 검토하기보다는 빨리 끝내야 한다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장관으로 발탁해 뚝심있게 그러나 구체적이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잘 안 되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또한 방향, 정부 초기에 검찰 개혁을 미루고, 적폐 청산에 몰두한 것이 오히려 검찰을 키웠다고 한다. 적폐 청산을 하려면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검찰에 힘이 실려야 한다. 여기에 적폐라는 말과 청산이라는 말에서 이것을 추진하는 집단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금 무리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서 검찰의 권력은 더욱 강해진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적폐 청산으로 인기를 얻은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는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에까지 이른다.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강직한 검사의 전형으로 인식된다. 그런 인식으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이때부터 검찰은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다.


어느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 한 조직을 장악하면 개혁은 물 건너 간다. 검찰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또 정부 말기에 이루어기기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질 수도 없다. 이래서 검찰은 더욱 강한 권력을 지니게 된다.


여기에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정치의 영역을 사법의 영역으로 넘긴다. 정치의 영역과 사법의 영역은 다른데,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가니, 검찰은 더더욱 힘이 세진다. 


문제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소송들을 보라. 웬만하면 국회에서 해결이 되지 않고 사법부로 넘긴다. 사법적 판단에 맡긴다. 이것이 바로 검찰국가다. 결국 정치의 실종이 검찰국가를 만들어낸다.


'정치적 갈등 국면에서 개혁 대상이 검찰이 칼자루를 쥐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정치적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는 순간부터 검찰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검찰 권력은 비대해지고 검찰 개혁은 그만큼 힘들어진다.'(118쪽)


저자의 이 말을 명심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 빈번히 일어났으니 그야말로 검찰국가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검찰국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법가가 다스리는 나라를 연상시킨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나라. 그 나라, 난세에는 힘을 발휘하지만 평화로울 때는 법대로만으로는 나라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중국에서 받들고 있는 한나라는 유교를 정치의 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법은 대화와 타협이 안 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 정치라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입법부의 일은 입법부에서 정치로 해결하려 해야 한다. 그것을 사법부로 가져가는 순간, 검찰국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 사람으로 인해 검찰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검찰 개혁을 다루고 있다. 왜 실패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그 다음이 없다. 이야기하기 힘들다. 다만, 정치의 영역에서 검찰 개혁을 논의해야 하는 점, 이 정치의 영역을 국회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대의하는 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견을 나누고 모으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 방향으로 국회의원들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이 적기인지도 모른다.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에 빠졌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4일 11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국민들. 8명의 헌법재판관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과연 그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할지.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중대한 일이 생길 때 과연 헌법재판소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의논하고, 더 나은 우리나라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의논할 가장 좋은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한다.


참고로 오드리 로드가 한 말이 있다. 그 역시 다른 곳에 나온 말을 인용했겠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개혁의 주체는 검찰도 국회의원도 아닌 바로 우리 국민이라는 것이다.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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