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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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하면 참 답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인간'이라는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인간들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인간'의 범주를 확정하기도 힘든데,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범주에 들지 못했던 존재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이었다.


우선 여성은 '인간'의 범주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종속된 존재였다. 과학 연구를 한다고 해도, 여성의 관점이 아닌 남성의 관점에서 연구가 된 경우가 많았고, 이는 '여성'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해러웨이의 이 책은 영장류를 연구하는 학문에서 여성이 어떻게 배제되어 있었는지, 그러한 연구에 여성들이 참여하면서 어떤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앞부분에 실린 내용이다.


과학은 객관적인 것 같지만 아니다. 과학은 투쟁의 장이다. 여러 논쟁들이 겹치는 장이 바로 과학이다. 따라서 과학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 어떤 관점으로 연구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니까.


여성도 남성과 더불어 '인간'이라는 관점이 자리잡게 되지만, 여기에 다시 '여성'의 범주에서 비켜간 존재들이 있다. 바로 '유색인' 여성들이다. 이들은 '인간'의 범주에도 '여성'의 범주에서도 소외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투쟁을 통해서 유색인 여성들도 '여성'의 범주에 들게 되었다. 그것을 부정하는 현대인은 없다. 그렇다면 유색인 여성도 이제는 '인간'의 범주에 들게 되었는데... 여기에 다시 '성소수자'들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 역시 '인간'의 범주에 들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다.


'성소수자'들이 그렇다면 사이보그는 어떤가? 사이보그는 '인간'의 범주에 들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김초엽, 김원영이 함께 쓴 [사이보그다 되다]란 책을 생각하게도 되는데... '인간'의 범주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해러웨이의 작업이다. 그의 '사이보그 선언문'에 이런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여전히 개념이 확실히 잡히지는 않지만, 인간을 확장하는데 '사이보그'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러웨이의 책은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인간'의 범주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경계 속에서 유동하는, 끊임없이 그 경계가 바뀌고 있는 그런 상황. 그 상황에서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있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페미니즘'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니,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인간'에 대해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그동안 서구에서 연구되었던 결과들과 많은 문학작품들을 통해서 해러웨이는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이 책이 1991년에 나왔다고 하니, 지금은 이 논의에 더 많은 것을 덧붙여야겠지만, 그럼에도 방향은 의미가 있다. 


해러웨이의 글들이 결국은 '인간'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그 '인간'에 사람 형상을 하고 있는 존재만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광활한 우주로 우리의 시야를 넓히기도 해야 하지만, 우리 몸이라는 우주 속으로 더 깊게도 들어가야 함을... 이러한 과정이 모두 '인간'에 대한 이야기임을 해러웨이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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