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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장민 외 지음 / 허블 / 2024년 5월
평점 :
다섯 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과학문학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학적인 내용을 가미한 소설들이다. 영어로 SF소설이라고 해도 좋겠다. 최근에 이런 경향의 작품들이 많이 읽히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공상이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겠다고 생각하던 일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작품을 통해서 경험하게 해준다.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은 그냥 허구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은 현실 속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니 이러한 소설들을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처음에 실린 작품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를 보면, 인간이 우주를 개척하기 위해서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낸다. 이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중추신경계와 연결되어 인간의 몸을 확장한다.
즉 우리는 확장된 몸으로 우주에 나가게 된다. 무려 18미터 짜리 로봇(몸)이다. 18미터의 몸을 지니고 있으면 우리의 행동은 어떻게 될까? 거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진화를 생각하면 수천 년 또는 수만 년이 걸리겠지만, 그러한 유전적 진화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조건에 맞게 신체 활동을 조절하게 된다.
커다란 유기체가 된 인간. 그런 인간은 본래 인간의 몸과 같은 행동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그들이 로봇 옷을 벗었을 때 자꾸 부딪히게 된다. 그들의 감각은 로봇을 입었을 때의 감각과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치면 괜찮겠지만 시간이 달라진다.
보통 인간의 몸으로 겪는 시간과 거대 로봇을 입고 행동하는 인간의 몸으로 겪는 시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위가 달라진다고 해야 하나. 이것이 문제가 된다. 인간의 욕망이 더 거대한 로봇을 원하게 되고, 인간의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즉, 수명의 연장이 자연스레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축복일까? 재앙일까? 과연 이러한 거대 로봇과 인간의 신경이 연결될 필요가 있을까? 소설은 이 점에서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과연 인간은 할 수 있으면 다 해야 하는가? 그것이 거대 로봇을 계속 키워서 인간 신경망의 속도로를 늦추는 쪽으로 발전한 소설의 결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바람직한가? 우리는 할 수 있는 일과 가치의 균형을 생각해야 하지 않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두 번째 소설 '개인의 우주'를 읽으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백 년이라고 잡아도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너무도 짧다. 그럼에도 인간은 저 먼 우주를 탐구하려 한다. 비록 자신이 결과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후대가 결과를 만날 수 있을 테니.
개인이라는 인간에서 인류라는 종으로 넘어가면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을 무한히 할 수 있다. 당장의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말이다. 그러니 더욱더 '가치'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가치'를 윤리라고 해도 되리라. 첫번째 소설에서 계속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과학기술과 윤리 아니겠는가.
이런 균형이 깨질 때의 모습을 '하늘의 공백'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들이 일관된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재의 과학기술을 반영하는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는 공통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로봇이 주인공인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결말의 반전이 기가 막히다. 과연 그런 세상이 행복한 세상일까? 읽어봐야 반전의 묘미를 알 수 있으니, 더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들이 어떻게 분류되고 억압받는지를 '피폭'이라는 소설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일종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인 '피폭'을 읽어보면 좋겠다.
마지막 작품인 '달은 차고 소는 비어간다'는 다중우주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인간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다중우주가 있다면, 거기에 개입하는 순간 우주가 달라질테니...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겠지만.
다섯 편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할 수 있으니 해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해야 하는가?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지 않은가? 어쩌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버려서 위기에 빠진 적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좋은 생각거리가 된다. 다른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소설은 준다. 이 작품집들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