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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이 지났다. 이제 봄이 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겨울이다. 입춘 즈음에 입춘 추위가 찾아왔다. 강추위다. 온몸을 움츠리게 한다. 그러나 이 추위는 물러가리라.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테니.
눈이 내렸다. 세상을 하얗게 하얗게 덮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한때나마 눈 속으로 사라졌다. 눈 덮인 서울의 모습이 표지 사진이다.
더러움이라고는 없는 세상 같다. 하지만 눈은 곧 녹으리라. 눈이 녹으면 추한 것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리라. 그 추한 것들을 잠시 가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아예 없애야 한다.
눈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치워야 한다. 어떤 상태에서도 보이지 않도록.
비상계엄으로 인한 겨울이었다. 봄을 향해 가는 겨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봄을 시샘하듯이 그렇게 찾아온 겨울은 그러나 오래 가지 않으리라. 오래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삶창을 이번 호를 읽으면서 비상계엄으로 인해 당혹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음을. 그런 일은 엄벌에 처해 다시는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함을.
그런데 여전히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직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추위. 하지만 버티려야 버틸 수 없을 텐데. 봄은 이미 오고 있으니. 입춘이 지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