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시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시적인 사회,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시를 읽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으리라.
시란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니, 마음과 마음을 잇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면 그 사이에는 평화가 싹튼다. 평화는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존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를 가까이하게 될까? 적어도 전국민이 한 편의 시라도 암송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해야 만들어질까?
간단하다. 시를 좋아하게 하면 된다. 좋아하다보면 자연스레 읽게 되고, 읽다보면 외우고 싶은 시가 생기고, 그렇게 시를 외우는 사람이 많아지면 어, 나도 외워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고,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퍼져나가듯이 시가 사람들 마음에 번져나가게 될 것이다.
누구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능하면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 좋아하던 것들, 어린 시절에 자주 만난 것들은 평생 그 사람에게 작용하기 때문에...
유초등 때 동시부터 시작해도 좋고, 초중고 때 다양한 시를 만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를 좋아하게 해야 한다. 좋아하게 하려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해야 한다.
내 이야기. 우리들 이야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요즘 봇물 터지듯 나오는 청소년 시집이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시집 역시 시인의 세 번째 청소년 시집이다. 시인은 두 권의 청소년 시집을 내고 '이만하면 청소년들에게 시로 들려줄 말은 웬만큼 풀어냈겠더 싶었다'(4쪽)고 했다. 그럼에도 또 청소년 시집을 내게 된 것은 아직도 청소년들이 시인의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청소년들은 서로 같으면서 달랐습니다. 또래들이 지니고 있을 법한 고민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다채로운 빛깔을 뿜어내곤 했거든요,'(4쪽)라고... 그래서 그러한 다채로운 청소년들의 모습을 다시 시로 풀어내고 있다.
이렇게 시인은 청소년 시집을 통해서 다양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다채로운 그들의 생각과 고민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결코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그런 청소년들의 삶을.
때로는 웃음을 머금게 하고, 어떤 시들은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한다. 그러다 시집의 4부에 실린 시들은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금도... 여전히... 계속... 그렇게... 남아 있는 마음의 빚. 슬픔을 시인은 끌어낸다. 끌어내 보여준다. 보여줌으로써 다시 그 슬픔을 안고, 그렇지만 이겨내고 살아가자고 한다. 읽어보면 안다. 어떤 시들인지...
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다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빠져나오던 날부터
나에게 교문은 벽이 되었다.
학생도 아니고 성인은 더욱 아닌 내가
마음대로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많지 않았다.
내가 학교를 버렸는지
학교가 나를 버렸는지
이제 와서 그런 건 따지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문밖에 서 있다는 것
밀어도 꿈쩍 않는 벽들이 많다는 것
길은 여러 갈래라지만
그럴수록 고르기 어려운 법이어서
어디로 발을 떼야 하나 고민할 때마다
교문 안쪽의 세계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돌아볼수록 문은 멀여졌고
어느새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된 나는
내가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찾는 중이다.
벽이 문이 될 때까지 두드려 보는 중이다.
들리니? 들리세요? 들리십니까?
박일환, 우리들의 고민상담소. 단비. 2024년. 29-30쪽.
이 시에 나오는 문과 벽이 어디 청소년들, 학교에만 해당될까? 우리들 삶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 사회에 문이 많은가? 벽이 많은가? 어떨 때는 문조차도 벽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 아닌가?
그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시를 읽으라고, 시를 사랑하라고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외치는 것과 같다.
"들리니? 들리세요? 들리십니까?"
들어야 한다. 들리게 해야 한다. 들려서 벽이 문이 될 때까지 두르려야 한다. 그렇게 청소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벽을 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들이 많이 생기게 해야 한다.
문은 곧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니... 시를 사랑하게 하는 방법, 단순하다. 마음에 문을 만들고 그 문을 활짝 열고 서로의 마음이 이어질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런 사회... 자연스레 시를 사랑하는 사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