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인간의 최후 -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에 소련이 해체되었다. 러시아와 그외 다른 나라들로. 한때 페레스트로이카라고 해서 소련을 개혁한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기존 공산당의 집권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기. 고르바초프. 그가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를 개혁한다고 했다. 기존 스탈린 식의 독재가 아닌 진정한 공산주의를.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소련은 해체되었고, 소련에 속해 있던 나라들에서는 내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민중들의 삶은?


과연 나아졌을까? 이 책에 나오는 한 사람의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그때는 참 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참 살기 무서워졌어요." (518쪽)


공산주의가 민중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실패했다. 먹을거리 확보에도,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도, 아마도 여기에는 별다른 이론없이 동의할 것이다. 만약 공산주의가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했더라면 지금 공산주의 국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현실에는 도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이념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독재정권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형을 떠나거나 죽임을 당했다. 또한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강한 독재권력이 정권을 유지했다. 공산주의라는 명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페레스토이카로 새로운 경향이 생겨났다.


이때 과거 공산주의 정권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쿠테타를 일으킨 적이 있다. 소련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때. 그렇지만 페레스트로이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고, 이들에 의해 쿠테타 세력은 물러가고 말았다. 옐친이 부상하고 고르바초프의 몰락이 시작된 때다.


그 다음 여러 나라로 분리되었다. 각 나라에서 함께 살던 사람들이 서로 쫓아내고 죽이는 일들이 벌어졌다. 자본이 들어왔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했고, 지식인들은 쫓겨나 새로운 일에 적응해야 했다.


소수의 부자들이 생겨났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 다음은? 


한번 진행된 역사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자본주의화된 나라는 다시 공산주의로 가기 힘들다. 그래서 러시아는 이제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소련에서 독립한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여전히 독재정권이 있는 나라들도 있고.


이 책은 페레스토리이카 이후 소련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그들의 말을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스탈린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자본주의를 열렬히 추구하는 사람도, 여러 독립국가에서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던 사람도 모두 이 책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것이 바로 소련 해체 이후의 삶들이다. 그런 삶 속에서 공산주의 때는 가난으로 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자본이 지배하고, 또한 자본과 결탁한 다른 존재들이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소련이 해체된 지 30년이 지나가는데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들은 다른 공산주의적 인간, 즉 붉은 인간의 최후 이후에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할지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합의는 커녕 소수에 의해서 흐름이 만들어졌고, 대다수는 그냥 끌려다녔을 뿐이다. 


그 혼란의 현장이 바로 이 책에 있다. 민주화가 되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랑하는 우리나라, 하지만 우리가 겪어왔던 독재의 시기... 그 시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 그리고 지금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을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역시 이들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기에.. 그런 혼란이 지금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에... 그래서 읽으면서 자꾸 우리 역사를 생각하게 됐다. 스탈린에 박정희를... 그 후 민주화 이후에 벌어진 신자유주의를... 민중들의 삶을...


사상 초유로 비상사태도 아닌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를 불법으로 여긴 시민들이 나섰고,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소련의 해체기에 쿠테타가 일어났을 때 시민들이 몰려가 쿠테타를 무산시켰던 이 책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다니.. 그래도 우리는 이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사분오열되면 안 된다. 이 국면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 이 책은 여러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