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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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기에만 걸려도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해서 문제라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고.


항생제는 미생물에 저항하는 약품이라고 보면 된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생제가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미생물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미생물까지도 억제하거나 죽이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미생물들도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즉 내성이 생긴 미생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강한 항생제가 필요하고, 그 항생제에 맞서 내성이 더 강한 미생물들이 나타나고, 이렇게 항생제와 미생물은 악순환의 관계에 빠져든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인간들이다. 인간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약을 개발했는데, 그 약으로 인해 질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다. 그것도 우리는 미생물의 1% 정도밖에는 알지 못한다고 하니...


신종 바이러스, 신종 박테리아 등등 새로운 미생물들이 발견되지만 그것들이 아직 인류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질병들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것들도 많고.


어떻게 보면 미생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 길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미생물이라고 하고, 그 미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 지구에 다른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하기도 했고.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미생물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미생물이 다 없어지는 순간 인류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로운 미생물만 없앨 수는 없다. 마법의 탄환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법의 탄환도 무한정 쓸 수 없다. 방어막을 형성하는 미생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미생물과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익혀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미생물과 공존한 역사였다. 미생물들로 인해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오픈 바이옴'이라는 회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많다.


건강한 사람의 똥(변)을 이식하는 기술, 이것은 이미 알려진 기술이고,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사람의 몸에서 나온 똥에 있는 미생물들이 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에서 착안해서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바로 인간과 미생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미생물들과 공존하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미생물이든,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이든 그들 미생물은 모두 우리 몸 속에 공존하고 있다.


좋은 것만 남길 수는 없는 법. 좋은 것, 좋지 않은 것이 함께 있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가 미생물을 바라보는 태도고 그러해야 한다. 다만, 좋지 않은 미생물은 평소에는 잠잠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기가 바로 술, 전쟁으로 인한 환경 악화다. 열악한 환경에 처하면 몸의 면역력 또한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미생물들의 역학 관계가 바뀐다. 그동안 몸에 좋은 영향을 주던 미생물들이 좋지 않은 미생물들을 억제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좋지 않은 미생물들이 좋은 미생물들을 억제한다. 이것이 질병이다.


다들 잠재적으로 양쪽 미생물들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과 자신의 몸-마음 상태에 따라 어떤 미생물들이 우위에 서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단지 질병을 미생물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런 미생물들을 활동하게 한 환경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술이 좋을 때도 있지만 - 세상에 모두 나쁜 것이 없듯이 모두 좋은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 건강을 해칠 때도 있고, 전쟁은 거의 인류의 건강에 적신호를 준다. 이 책에서 전쟁을 다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전쟁으로 미생물들이 밖으로 드러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도와주기도 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미생물들의 활동이 강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은 몇몇 미생물들을 인류 역사를 통해 살피고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발견이 되었고, 치료법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또다른 미생물들의 변종들이 나타나는 과정과 우리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사실은 미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도 끝이라는 것이다. '반감'보다는 '공감'의 자세로 미생물을 바라보자. 우리는 삶의 반려자이자 조력자인 미생물과 함께 조화 속에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279쪽)라는 저자의 말을 명심하자.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저자는 인류 역사에 나타난 질병, 그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그리고 그러한 미생물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과학자-의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결코 인류의 역사와는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미생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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