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즈만이 희망이다 -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신영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퓨즈만이 희망이다. 왜 퓨즈인가? 전기에 과부하가 걸리면 끊어져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는 장치가 퓨즈다. 즉 무엇인가 힘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당하는 존재, 그래서 위험을 알려주는 존재가 퓨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퓨즈에 해당하는 존재들은 누구인가? 사회적 약자들이다. 감염병이 돌아도, 자연 재해가 나도 가장 먼저, 또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이 힘든 지경에 처하면 그 사회 역시 위험하게 된다.


그러니 퓨즈에 해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전기가 계속 통할 것 아닌가?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약자들에 대한 관심, 배려,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 퓨즈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퓨즈, 사회적 약자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이웃이라고 하자. 사람은 홀로 살기 힘드니,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이 있으니, 이웃 사랑은 곧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면 퓨즈가 끊길 일이 없을 것이다.


퓨즈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사회비평 에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주로 의료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가 예방의학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경제-환경적으로 힘들어지면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에 문제가 먼저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의료가 필요한가? 지금 의대 정원 증원을 가지고 의사가 되겠다는 의대생들은 휴학을 하고 있기도 하고,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나간 상황이고, 교수들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있는 상황. 응급실에 가지 못하고 소위 뺑뺑이를 돌다가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는 지금, 이런 위급 상황에서 누가 먼저, 심각하게 피해를 보는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들의 퓨즈가 먼저 끊어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공공의료다.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민영화라는 말보다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유화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공공의료 기관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코로나-19 때 공공의료기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면서 여전히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지 못했다.


또한 건강보험으로 모든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 자기 부담이 상당한 경우도 있고, 그래서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그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한다. 


한 해 치료비를 100만 원으로 한정하자는 공약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지켜지지 않은 상황. 저자는 그런 상황을 답답해 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도 모자랄 판국에 의료 민영화를 하고,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도록 하는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조금 오래된 내용도 있지만, 그 내용들이 현재도 진행 중이니 그의 말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처럼 의료 대란을 겪고 있을 때, 의료개혁에 대해 근본에서부터 다시 접근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확충,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무상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료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이라 대체로 짧다. 그렇지만 공공의료에 관한 생각은 결코 짧지 않다.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뒤로 간 의료 정책들을 비판하고, 우리가 이웃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의료 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 저자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퓨즈만이 희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