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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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현재의 '은유'가 느린 우체통에 써 넣은 편지가 어떻게 과거의 다른 '은유'에게 전달이 된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편지. 일본 작가가 쓴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은 현재와 현재를 잇는 편지로 치유가 되는 과정이라면, 이 소설은 현재의 은유가 과거의 '은유'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의 은유. 아빠가 재혼을 한다고 하는 바람에 반발심이 생기고, 늘 뚱한 표정과 무덤덤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아빠가 미소를 짓고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적응이 안된다. 게다가 엄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은유.


평소에 하던 행동과 달라진 아빠 때문에 쓰게 된 편지. 그리고 받은 과거의 은유가 보낸 편지. 여기서 작가는 우리에게 은유의 엄마에 대해서 추측하게 만든다. 도대체 은유의 엄마는 어떻게 된 것인가? 왜 아빠와 할머니-할아버지는 은유에게 엄마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엄마에 대한 은유의 추적이 과거의 은유 도움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름이 같다. 그리고 현재의 은유에게는 딱 편지 올 시간만큼만 흐른다면, 과거의 은유에게는 편지 한 통을 받고 쓰고 다시 받는데 몇 년의 시간이 흐른다.


한참 어리던 과거의 은유가 어느덧 동갑, 언니, 그리고 이모 나이까지로 성장해 갈 동안, 현재의 은유는 편지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터놓게 된다.


고민. 마음 속에 쌓아두면 병이 되지만 밖으로 표출하면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하고. 즉 누군가와 함께 고민을 나누면 그 고민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현재의 은유가 그렇다. 물론 편지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좋아할 내용도 작가는 보여준다.


청소년기에 하는 가족에 대한 고민은 편지를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고, 또 청소년기에 꿈꾸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을 이들의 편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같은 시기를 거쳐간 두 사람의 편지를 통해서 현재의 은유는 점점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과거의 은유가 쓴 편지를 통해 엄마가 누구인지를 서서히 눈치채게 된다.


작가는 도처에 은유의 엄마에 대한 복선을 깔아놓고 있는데, 그러면서 왜 아빠가 은유에게 엄마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추측을 하게 한다. 


그에 대한 답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 아빠의 편지에 실려 있고, 과거의 은유가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엄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빠가 왜 은유에게 무덤덤했는지, 사실은 무덤덤이 아니라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해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였음을 알게 되는데...


소설은 은유가 아빠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과거의 은유와의 편지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가족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님을, 가족이라서 더 많은 갈등이 있을 수 있음을, 그래서 가족이라는 말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열어야 함을 보여준다.


지금 자신의 곁에 존재하지 않는 가족이라고 해도 자신의 몸 속에 또 마음 속에 함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는 소설이다. 특히 가족에 대해서 불만을 지니고, 왜 우리 가족은 이래? 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부모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청소년에게 이 소설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은유를 통해 현재의 은유가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현재 자신에게 연결되어 있는 엄마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편지 형식을 통해서 잘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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