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속으로 -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원도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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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다. '경찰관속으로' 경찰관들이 겪었던 일들을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두꺼운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에 제목에 쉼표가 들어가 있다. 이 쉼표의 위치가 슬프다. 아니 무섭다. 이것이 현실인가 싶은 마음이 들고, 이 책의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결찰, 관 속으로'라고 되어 있다. 경찰이 '관' 속으로 들어간다? 이게 무슨 말인가? 경찰과 죽음이 연결되는 제목이다. 물론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본다. 그래서 그런 죽음들을 보면서 죽음의 사연, 억울한 죽음의 해원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석을 하면 고마운 경찰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다르게 경찰이 관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경찰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경찰의 생명이 사그라지는 죽음도 의미하고, 경찰이 사회에서 죽은 듯하게 지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많은 경찰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줄은 몰랐다. 몰랐다고 책임이 면해지지는 않겠지만, 경찰이 권력을 휘두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 그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풀어내었다. 글로 풀어내어 다시 경찰로 살아갈 힘, 동기를 얻었다고 하면 좋겠다.


이들이 얼마나 힘이 없는지, 외부에서 단순하게 보면 경찰이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얼마나 적은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온갖 제도들이 그들이 시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사실. 공권력을 행사해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이는 악성 민원만이 아니다. 그들이 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지를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강한 대응이 자칫하면 엄청난 소송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이 책에 실제 사례를 통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날개를 잘라버리고 날지 못한다고 욕하는 꼴이다. 경찰들 몇몇이 비리를 저지르고, 또 권력을 추구하는 몇몇들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그들로 인해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경찰들을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들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적용이 되게 하기 위해서 그들이 제대로 지팡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은 그 점이 일선에 있는 현장 경찰들에게 얼마나 부족한지 이 책이 보여주고 있으니, 사기가 떨어진 경찰은 시민을 위해서 소신껏 행동하기 힘들다. 그 결과가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로 다가올 수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당한 공무 집행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그것을 개인의 용기에, 결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도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제도가 정비가 되고, 경찰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준다면 더 많은 경찰들이 진정 '민중의 지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경찰들이 겪는 일들, 그들이 하는 마음 고생, 몸 고생 등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역시 당사자들이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야기들이 퍼져나가고 고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마음이 짠해지면서 경찰들의 고충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그간 경찰에 대해 지니고 있던 편견들을 깰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책, 이 책을 쓴 경찰 고맙다. 이 책을 읽은 지금, 경찰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경찰이 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찰관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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