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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ㅣ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평점 :
세계 역사를 살피면서 지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지리의 힘으로 강대국이 된 나라도 있고, 지리 탓으로 약소국으로 전락한 나라도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발전하는데 지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도 지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산을 하더라도 교류를 해야 하는데, 이 교류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지리이기 때문이다.
나라들의 국경도 지리를 중심으로 획정된 경우가 많았다. 이동이 자연스레 끊기는 지역까지가 영토인 경우가 많았던 것. 그래서 지리에서는 강과 산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도 강 나름이다. 유럽 대륙은 강들이 서로 연결이 된 경우가 많아 여러 나라들이 교류를 할 수 있었고, 다른 나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되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상업이, 산업이 발전한 이유 중에 지리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아프리카 대륙은 지리로 인해서 발전이 더딘 경우라고 한다. 우선 강들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같은 강이라고 하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폭포를 만난다고 한다. 연결되지 않음, 또 폭포로 위험함 등이 교류를 원활하지 않게 하는 요소가 된다.
경제가 지체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지리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던 부족들의 생활공동체가 유럽인들의 침범과 그들이 인위적으로 나눈 국경으로 인해 많은 종족들의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아프리카가 지니고 있는 지리적 약점이 아프리카의 발전을 지연시켰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식민지 잔재를 떨쳐내야 하고, 인위적으로 분할된 생활터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반면에 지리 덕을 보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중국과 미국이 그렇다. 나라의 크기도 크기지만 강이나 산맥으로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천연방어선이 구축되어 있으며, 대륙과 바다를 이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기에 이들 나라는 부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남미는 미국에 비하면 지리적 이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러시아는 가장 넓은 땅을 지니고 있지만, 그곳 지리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한다. 우선 러시아 땅의 많은 부분은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이다. 또한 매우 추운 지역이고, 바다로 진출하기가 힘들다.
러시아가 부동항 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러한 러시아의 지리를 생각한다면 우크라이나와 벌이고 있는 전쟁 역시 어느 정도는 지리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니까.
크림반도(크름반도라고도 하니 어느 용어를 써야 할지)를 러시아령으로 삼았지만 그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통하는 영토를 확보하려 하고,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길 수 없기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렇게 지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대륙에 진출하고자 하는 세력과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세력, 또 힘을 확장해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모두 우리나라를 어느 쪽에 치우치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그것이 바로 지리가 지닌 힘이다. 우주개발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 지구에서 조금 더 유리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리가 여기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리적 약점은 극복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리적 장점이 더 극대화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기술로도 극복할 수 없는 지리적 요소가 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이 그렇다. 소련이, 미국이 모두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이 지닌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이 미래에 발현될 곳이 북극이라고 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여러 자원들뿐이 아니라 항로까지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곳.
지금은 어느 나라의 영토라고 할 수 없지만, 이곳을 그냥 놓아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리적 이점이 각 나라의 미래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가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리적 이점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구의 운명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병법에서 지리적 이점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빼놓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사람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리를 기본으로 하되 인간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된다.
조금 오래된 책이라 이 책에서 예견했던 일들이 이루어진 것도 있고, 중간에 포기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지리적 이점을 선점하려는 그런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대륙과 해양에 낀 한반도는 그 지리적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