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의 말 - 희망으로 연결된 SF 세계, 우리의 공존에 대하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콘수엘라 프랜시스 엮음, 이수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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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소설을 써왔다는 버틀러. [킨]이란 소설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나는 버틀러의 소설을 세 권 읽었는데,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버틀러는 세 종류의 독자가 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SF팬. 흑인. 모두 주류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세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는 버틀러의 삶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단 3년밖에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버틀러. 지나치게 큰 키로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버틀러.


그래서 어려서부터 소설을 썼다는 버틀러다. 그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소설이 주로 SF작품이었다고 하고, 그도 그런 소설을 썼다고 한다.


물론 많은 작품들이 거절을 당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 해왔다는 사실. 다른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글이 지닌 문제점을 파악하고, 계속 쓴 결과 지금처럼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는 버틀러.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나로 규정짓기를 거부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킨]을 SF작품으로 보는데, 버틀러는 이 작품에서는 과학에 관한 표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판타지 소설로 봐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노예제 사회의 실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설을 쓴 것. 


이렇게 버틀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고 하고, 그런 결과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소설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는 인터뷰집이다.


더 많은 말이 필요없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읽어보면 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실린 시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용하다. 그가 안타까워했던 미국의 현실이 우리에게도 적용이 되고 있는 이런 현실. 답답하다.

작가에게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작가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뭐든 타자기의 먹이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끔찍한 일이었다 해도 나중에 써먹을 수가 있죠. - P41

어떤 종류든 중요한 변화야말로 SF의 핵심이에요. - P59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두 가지가 필요해요. 제목과 결말이요. 그 두 가지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아직 시작할 때가 아닌 거예요. - P67

...소설을 읽고 싶어 한다면, 그 소설은 꽤 좋은 이야기, 이야기로서 독자들의 관심을 붙들 이야기인 쪽이 좋아요. 다른 수많은 소설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영화, 스포츠, 그 밖의 다른 오락물들과 경쟁해야 하죠. - P70

SF의 멋진 점 하나는 제가 파고들고 싶은 것은 뭐든 자유롭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 P121

작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제 인생을 캐내고, 역사를 캐내고, 뉴스를 캐내고, 뭐든 거기 있는 걸 캐내는 거예요. 마치 온 우주가 광물이고 저는 그 안에서 금을 캐내야 하는 것 같죠. 그리고 물론 저는 제 글에서 제 인생의 조각들을 볼 수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특성들로 말하자면, 당연히 저를 방해하기도 하고 저를 밀어주기도 하고 다른 일들도 해요. - P126

우리 모두가 훨씬 열악한 삶을 받아들인다면 훨씬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겁을 먹는단 말이에요. ... 문제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질 않아요. - P137

사람들은 정말로 하던 대로 하는 걸 훨씬 편안해하거든요. 그 하던 대로 하던 일들이 불가능해지기 전까지는요. - P139

많은 사람이 그저 우월감을 느낄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 자기 이익에 맞지 않는 투표를 하면서요. 딱 우리를 파멸시킬 근시안적인 행동이에요. - P157

작가의 글은 작가 내면의 감정과 생각과 믿음과 자아의 표현이죠. 직업 작가로서 글을 쓰는 방법을 익히기가 어려운 건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기도 해요. 거절은 정말 고통스러워요. - P168

독서는 그런 식으로 우물을 채워요. 상상력의 우물을 채워주죠. 그러면 그 우물로 돌아가서 채워둔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거예요. - P195

하지만 위험한 건 우리가 더 위계적일수록 우리나 다른 사람의 지성에 귀 기울일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거예요. - P234

글쓰기의 멋진 점은 세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계속 새로운 발견을 한다는 거예요. - P243

저는 책을 한 권 살 때, 이 책에서 아이디어 하나만 얻어도 제값을 하는 거라고 말해요. 책을 한 권 쓸 때는, 제가 단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가치 있는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영향이 좋은 것이라면요. - P254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를 때 마구잡이로 희생양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 P288

(딜레이니의 말) 텍스트는 원래 선형적이지 않아요. 텍스트는 다중적이고, 정말로 읽는 사람,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쌍방향의 과정이죠. - P323

지혜와 선견지명을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택하라. 겁쟁이를 지도자로 고르면, 그 겁쟁이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에 좌우될 것이다. 바보를 지도자로 고르면, 그 바보를 조종하는 기회주의자들에게 끌려다닐 것이다. 도둑을 지도자로 고르면, 그대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훔쳐 가달라고 내미는 꼴이다. 거짓말쟁이를 지도자로 고르면, 거짓말을 해달라고 청하는 꼴이다. 독재자를 지도자로 고르면,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노예로 넘기는 셈이다. (443쪽.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에 나온다는 시) - P443

조심하라. 우리는 너무 자주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내 말처럼 한다. 우리는 남에게 들은 말을 우리의 생각인 양 여긴다. 우리는 봐도 좋다고 허락받은 대로 본다. 더 나쁠 때는, 보라고 지시받은 대로 본다. 반복과 자만으로 인해 그렇게 된다. 뻔한 거짓말이라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서 보고 들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 말을 내뱉게 되고, 그다음에는 우리가 그 말을 했다는 이유로 옹호하게 되고, 마침내는 우리가 그 말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게 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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