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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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로 디지털에 관해서 많은 논의가 있다. 그 중 가장 대별되는 주장이 이제는 디지털 시대라는 주장과 아날로그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 무조건적인 디지털 추구는 멈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면 수업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코로나19시대에 과연 수업이 성공적이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자평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못해 우울감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배달앱이 발달해서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늘었고, 혼술, 혼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으며 온라인 만남도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비대면 시대, 디지털 시대로 완전히 전환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원격수업보다는 학교에 등교하는 수업을 더 선호했으며, 혼술, 혼밥보다는 어울려 먹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있는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직장들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될 것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다. 재택근무가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마냥 효율적이지는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효율성이 간과된 것이다.


여기에 출퇴근 시간을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출퇴근 시간이나 잡담하는 시간이 오히려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창의성을 유발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직장에 관한 이야기에서 저자의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은 이제야 그 가치를 진실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중요한 두 가지 아날로그적 특징을 갖추었다. 바로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그곳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다.'(43쪽)

'재택근무에는 사무실만이 아니라 사람도 빠져 있었다.'(58쪽)


사람이 빠져 있다는 것은 대면하면서 우리는 화면에서 보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느끼는데,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코로나19로 대면의 중요성,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래서 디지털이 만능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예전처럼 기계를 부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디지털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바로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디지털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주일, 월,화,수,목,금,토,일로 각 장을 나누어, 회사, 학교, 쇼핑, 도시 생활, 문화 생활, 대화, 휴식으로 나누어 디지털이 어떻게 우리들의 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들을 힘들게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디지털에 환호하던 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단조로움과 지루함으로 변하고, 결국 집중력을 잃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변해버렸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저자가 디지털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로 인해서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그 편리함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할 수 있음을 깨닫자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일. 만나서 공감하는 일. 공명이라는 말. 그 말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몸은 진동이다. 우리의 말도 진동이다. 우리의 움직임도 진동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자연은 광활한 우주가 진동하는 춤이다. 하지만 우리의 접촉을 디지털 기술로 여과시킨다면 이런 진동을 차단하게 된다. 사진을 보고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표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지는 못한다. 코로나19 범유행 중 다들 왠지 모르게 이런 상실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373쪽)


그렇다. 우리들은 서로 공명한다. 그러한 공명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면서 삶을 유지한다. 그것이 풍요로운 삶이고, 이렇게 관계를 맺게 하는 한 요소로 디지털이 기능해야 한다. 삶 전반을 지배하는 요소가 아니라.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에 영어로 쓰인 '미래는 아날로그다'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 있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사람은 사람과 대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런 점을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이 확산된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왜 아날로그가 중요한지를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디지털 하는 우리 사회. 디지털이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 읽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

‘쿠번은 교육이란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등 학교 공동체의 모든 당사자 사이의 관계라고 말했다. 이런 관계 안에서 정보(사실과 숫자)가 지식이 된다고 했다. 기술적 해결책은 이런 관계를 고려하지 않기에 항상 실패로 돌아가는 거라고 했다.‘(102쪽) - P102

‘디지털 교육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지 학습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디지털 미래 교육의 테크노-유토피아주의는 여러 요소에서 동력을 얻는다. 이를테면 광학기술과 뒤처진다는 두려움, 탐욕,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동기, 교직원노동조합의 협상력에 댛나 정치화된 혐오가 작용한다. ‘(104쪽) - P104

‘오히려 교육의 미래는 정서와 관계가 학습에 더 깊이 스며들게 하고 이런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달려 있다.‘(117쪽) - P117

‘과학적으로는 정서와 학습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었다. 학교의 주요 임무는 학생들이 정서 능력을 기르고 학습에 관심을 갖도록 보살펴주는 것이다. 학교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교육이 표준화된 시험이나 디지털 전달을 위해 정보를 암기하는 수준으로 더 축소된다면 모든 정보가 학생들의 귀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또 학생들이 나중에 현실 세계로 나갈 때 전혀 도윰이 되지 않는 정보가 될 것이다.‘ (119쪽)

- P119

‘‘에드테크 전도사, 실리콘밸리의 리더들, 공교육제도를 해체하고 싶다고 밝힌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교육의 미래는 여전히 디지털과 가상 세계로 향하는 듯하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이미 이런 미래로 가는 방법이 입증되었고, 앞으로 기술과 교수법의 발전으로 분명 더 좋아질 거라고 했다. ... 정치인과 행정가들에게는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와 허울 좋은 혁신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하루아침에 디지털 학교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123쪽) - P123

‘교사가 권한을 갖고 최선의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게 해준다면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교사직 자체도 지적으로 도전할 만하고 장래성이 있는 매력적인 직업으로서 더 많은 인재를 끌어들일 것이다.‘(125쪽) - P125

‘무엇보다도 학교의 미래는 더 정서적이고 사회적이어야 하고, 우리가 서로를 인간으로 이해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 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능력이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은 용기와 리더십과 공감 같은 정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있어야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새로운 난관을 제시하든 잘 적응할 수 있다.‘(126쪽) - P126

‘...문화에서 빠진 요소는 관계였다. 나와 청중의 관계. 청중 사이의 관계. 모두가 같은 공간에 앉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함께 경험하면서 형성된 관계. 이것이 모든 위대한 공연 문화가 공유하는 예측 불가능성의 핵심이자 디지털 버전이 범접할 수 없는 특성이다.‘(253쪽) - P253

‘디지털 대화는 확신 편향을 강화하고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의 오류가 생기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다. 디지털 대화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고 맥락을 제거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행동을 비인간적으로 만든다.‘ (282쪽) - P282

‘...사회적 처방은 환자 중심 의학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의 힘을 가진 방법이고, 모든 사회적 처방은 대화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292쪽)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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