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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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즐겁게, 또는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때로는 낄낄거리며, 때로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면서 읽게 되는 책.


책 자체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의 힘으로 책은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이 지닌 이야기를 디지털로 만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만지며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까.


이 책은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책과 관련해서 만나게 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 이야기다. 자신이 그 책과 관련해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 문학작품이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에 관한 이야기부터 책에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 이 책에서는 책찾기에 도움을 주는 사람 두 명이 나온다. 한 명은 시계 수리를 하는 N씨, 시계 수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헌책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헌책방 주인장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도 무척 흥미롭다. 여기에 책 보부상이라고 할 수 있는 H씨. 이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다. 세상 괴짜들 정말 많다.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도 많고, 그들이 교수랍시고, 박사랍시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보다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실력을 쌓고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경제적 부유함을 추구하지도 않고, 그냥 즐기는 모습들이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


이 책에서 '독창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N씨와 H씨의 삶은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사람들의 사연이 이 책의 핵심이다. 왜 그들은 그때 그 책을 구하려고 할까? 새로운 판본이 나온 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자신이 그때 읽었던 또는 지니고 있었던 책이어야 할까? 이것이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그 책에 얽힌 사연이 삶의 일부분이라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분이 바로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꼭 함께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공짜로 들을 수는 없다. 때문에 주인장은 자신이 책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수료 대신 이야기로 대체한다. 어쩌면 이야기가 더 값질 수 있는데,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게 되고, 주인장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거래 (? 이 말은 쓰고 싶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다는 말에 대응하는 취지에서 그냥 쓴다)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나같은 독자들은? 책값을 내고 사서 읽고 있으니, 역시 그 대가를 치르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셋째는 바로 책이 주는 이야기다. 책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문학작품이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철학책이나 기타 다른 책이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책들의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으니, 자연스레 그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관심을 가지면 언젠간 읽게 되지 않을까? 아니, 읽을 운명인 책이라면 읽게 되겠지, 이렇게 [헌책방 기담 수집가]라는 책을 통해 만난 책들의 이야기도 만나게 되겠지. 그러니 이 책을 읽은 것도 역시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소개된 책 중에 읽은 책도 있지만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또한 읽은 책이라도 책을 구하려는 사람이 경험한 것과는 다르고, 살아온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그가 구하는 책과 다른 판본인 경우도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같을지 몰라도 판본에 따라 느낌은 다를 것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읽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책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는 똑같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처럼 세 가지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는 책. 하나하나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 이야기들이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한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 


읽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 편도 나왔다고 하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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