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를 읽으면서는 딱 한 낱말, 이 말에 꽂혔다. 그리고 이 말이 바로 표지 사진과도 통한다는 생각을 했다. 


'녹명(鹿鳴') 사슴이 운다. 또는 사슴의 울음소리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니 이런 말은 없다. 한자가 다른 말들만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녹명'이라는 말을 '공명(共鳴)'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까 했지만, 약간 다른 느낌을 준다. 공명은 공감이라는 말과 비슷하다면 녹명은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이 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다. 솥이 여럿이란 말은 음식을 홀로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함께 나눈다는 말이다. 녹명이 바로 그런 말이라고 한다.


'녹명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함께 나누기 위해 다른 사슴들을 부르는 울음소리랍니다. 대개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마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울어 울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네요. 녹명은 저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말입니다.'(김인호, '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구례 산동 사포마을 다랑이논 선정-, 85쪽)


정말 아름다운 말이다. 이런 녹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도 많이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다른 존재들에게 따스함으로, 표지 사진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고도 따뜻함으로 다가가겠다.


삶창이 지금까지 해온 일이 바로 이런 일 아니겠는가 싶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나만 갖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갖자고 하는.


그래, 좀 있는 사람들, 이 녹명이란 말 좀 듣고 명심했으면 좋겠다. 함께 나눌 때 기쁨은 배가 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이번 호는 이 한 낱말로 꽉 찼다. 그것이면 됐다. 곧 각 정당에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확정될 테다.


국민을 위한다고 나오겠다는 사람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나오지 않았을 거다. 적어도 자신들이 먼저 먹이를(사슴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발견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나왔을 거다.


자신이 발견한 먹이를 함께 먹자고, 그렇게 사람들을 부르겠다고, 녹명(鹿鳴)을 실천하겠다고. 그런 사람들인지 아닌지 우리가 판단해야겠다.


사슴처럼 함께 먹자고 우는 사람일지, 하이에나처럼 남이 먹다 남은 음식 더 먹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일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겠다. (하이에나에게는 미안하지만 통념이 그러니 하이에나가 용서해주길)


'녹명'이란 한 낱말. 바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말이다. 지금 우리에겐 하이에나가 아니라 사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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